패역(悖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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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활옷을 입은 아리따운 새 신부가 고요히 앉아 있었다.
왕의 와병으로 오랫동안 미뤄지던 정안 공주의 혼례가 급히 마련된 것이다.
“숙부님, 참으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 가례 소식을 듣고 말을 돌려 다시 돌아오셨나요?”
“주상전하가 붕어하셨다.”
“예? 그, 그것이 무슨…….”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소리 지르며 정신없이 도망치는 조정 중신과 종친.
갑주를 입은 군사들이 거침없이 칼을 휘둘렀다.
“나는 본래대로 되돌릴 뿐이다.”
대비를 압박하여 옥새를 받아 내고 왕이 된 숙부.
“제발 제 아우를 살려 주십시오. 한 어머니의 배를 빌어, 태어난 혈육이니 살리고 싶은 것입니다.”
“한 어머니의 배라고?”
무윤이 문득 코웃음을 쳤다.
“살려만 주신다면 제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
“무엇이든?”
무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그믐밤 이지러진 달에 비친 그림자처럼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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