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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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이상〉
〈강추!〉하얀 얼굴, 도저히 사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커다랗고 맑은 눈동자에 명인의 저 안쪽 어딘가에서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시끄럽도록 심장이 뛰었다. 놀라움과 긴장으로 명인의 온몸이 버석 굳었다. 생수병의 입구에 닿은 그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청량한 물이 꽤 조그마한 입술로 채 다 들어가지 못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한 줄기, 턱을 타고 흐른 투명한 물줄기가 목의 곡선을 따라 도로록 굴러 남방 속 저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 물방울이 남방 너머의 희디흰 곡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상상을 한 순간 명인의 온몸에 저릿하는 열기가 퍼졌다. ------------------------------------------------------------ “놔요.” “놓고 싶지 않아.” 결국 지후가 소리쳤다. “내 이런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옵니까?” 봇물 터지듯 쏟아진 비난에도 명인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그저 지후라는 이 녀석이 궁금했다. 놓아주고 싶지 않다. “네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건, 내 눈에 넌 처음부터 여자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명인의 짙은 검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반짝이는 머리카락이 반듯한 이마 위에서 조용히 흔들렸다. “그래도 부정한다면, 내가 널 여자로 만들어 줄 수도 있지.” 지후의 눈동자가 벌어지는 순간 명인은 그대로 단추째 지후의 셔츠를 확 뜯었다. 순간 단추가 뜯겨 나가며 가려져 있던 뽀얀 몸이 드러났다. 쇄골 아래 솟아 오른 우윳빛 가슴이 나신으로 노출되자 지후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지켜보는 명인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그는 한 손으로 지후의 가슴을 찾아 움켜쥐었다. 지후의 귓가에 뜨거운 신음을 터뜨리며 그가 갈라진 소리로 말했다. “널 만나고 난 계속 이런 열기에 시달려 왔어.” 지금도 온몸에 지펴진 열기로 눈앞이 흐릿해졌다. “말해 봐. 이런 가슴이, 남자냐.” 이정숙의 로맨스 장편 소설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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