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 1

열기 1

About this Book

“이열기.” 그녀에겐 현재 다른 이름이 존재했다. 열기라는 이름은 과거의 이름일 뿐이다. 그 말은 저 남자가 과거의 그녀에 대해 알고 있음을 뜻했다. “몰라요.” 그녀가 차갑게 대답하는 순간 그의 싸늘한 눈길과 부딪쳤다. 아니라고 부정해도 뚜렷하게 기억나는 남자의 얼굴이었다. 동신후. 오래 전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형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 그로부터 20년. 잊고 살았던, 잊었다고 애써 외면했던 과거의 인물이 그녀의 눈앞에 버젓이 서 있었다. *** “어차피 떠날 사람에게 뭘 더 바라는 거죠?” “내 허락 없이 여길 뜰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신후가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설령 제 발로 찾아왔다고 해서 쉽게 빠져나갈 줄 알았다면 크게 착각한 것이었다. “넌 아무 데도 못 가.” 내가 떠나게 둘 줄 알아? 긴 시간 그녀를 찾기 위해 들인 시간이 얼마인데 쉽게 놔주겠는가. 목표를 향한 첫걸음을 이제 막 떼었을 뿐이었다. “내 의지로 왔는데 못 갈 건 또 뭐죠?” 이것 봐라. 이 여자 이렇다니까. 도발하지 못해 안달하지 않는가. 그녀의 눈이 반짝거리는 것이 그를 향한 열망은 아니겠지만 뭐 상관있나. 그가 지금 그녀를 만지고 싶다는데. 신후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장단을 맞춰주자 싶었다. 그녀의 턱선을 어루만졌다. 희고 가는 목에 그의 눈길이 멈추었다. 저곳에 키스 마크를 잔뜩 남겨 누구도 넘보지 못하게 만들어버리고 싶었다. “많이 컸네. 이열기.” “이찬이라고 불러줘요.” “넌 언제나 이열기야. 일일이 내 말에 토 달지 마. 명령은 내가 하는 거지, 네가 하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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