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사학의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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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민족, 신분과 계급, 정체와 발전, 자율(주체)과 타율, 근대와 전근대 등은 20세기 한국사학에서 중심이 되는 개념들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와 젠더, 환경, 지역, 문화, 인권, 탈근대와 같은 새로운 개념들이 들어와 한국사학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국가, 민족, 계급 등의 개념은 이제 중심의 자리에서 밀려나 젠더, 환경, 지역, 인권과 비슷한 자리에 서게 되었다. 중심이 사라진 ‘탈중심 사학’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는 사회 자체가 다변화되면서 탈중심의 사회가 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보인다. 또 21세기 들어 자본과 노동의 대이동이 진행되면서 이제는 모든 나라들이 다민족 국가로 변해가고 있다. 따라서 문화다원주의, 다문화주의가 자연스러운 세상이 되었고, 그런 세상에서 역사학 또한 ‘다원주의 역사학’으로 변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미 학계에서 나오고 있는 연구 논저들을 보면, 그 소재나 관점이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어느 주제가 더 중요하다고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탈중심적・다원주의적인 역사학으로의 이행은 기존 학계에 오래 몸담아 온 이들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필자 또한 이미 30년간 학계에 몸담아 온 역사 연구자로서 이러한 상황에 처하여, 당혹감을 느끼면서 많은 고민과 나름의 모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지난 십여 년간 발표한 글들 가운데, 이 문제에 대한 필자 나름의 고민이 남긴 글들을 모아 고치고 또 덧보태어 정리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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