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 사이 2

밤과 낮 사이 2

About this Book

영미권 장르소설 비평가와 편집자들이 선택한 냉정한 문체, 간결한 플롯, 강력한 캐릭터 살인, 성(性), 환상, 폭력, 유머, 페이소스로 가득 찬 세계 밤과 낮 사이 미스터리, 크라임, 스릴러, 로맨스, 판타지…… 이 시대 가장 뛰어난 장르소설가 28명이 여기에 모였다 최고의 단편 컬렉션! 최고의 작가들! ?본문 중에서 1931년, 오빠는 우리 집을 지키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기 누나, 나의 언니를 마을 남자들에게 팔았다. 로니 언니는 그해 겨울 몇 주에 걸쳐 열두 명의 남자들과 동침함으로써 우리 가족을 무료 급식소 앞에 늘어선 줄로부터, 구빈원으로부터, 영락으로부터 구했다. 마지막 남자가 언니의 침대를 떠난 후에, 짐 오빠는 구겨진 5달러 지폐를 갖다가 타이푸 차 깡통 속에 있던 돈에 보탰다. 코리얼스 크로싱 남자들의 거칠고 못 박인 손을 타며 닳아서 나달나달 보풀이 인 지폐들이었다. 짐 오빠는 그 70여 달러 되는 돈을 우리 아버지가 몇 달 전 작별 인사를 남길 때 썼던 바로 그 봉투에 넣고, 봉투를 다시 봉해서 우편함에 갖다 두었다. 오빠는 어머니가 그걸 보고, 비록 지금 어디에 있건 간에 아빠가 우리에게 얼마간 돈을 전해줄 방도를 강구했다고 생각하길 바랐다. 바로 다음 날에 그 일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어머니는 우리 얼굴 앞에 자랑스럽게 지폐들을 흔들어 보였다. 어머니는 밀린 집세를 냈고 가장 골치를 썩이던 청구서 한두 장을 해결했으며 저장고에 음식을 채웠다. / (「그들 욕망의 도구」, 『밤과 낮 사이』1권, 중에서) --------------------------------- 브래들리가 붙든 손을 떨치기 위해 나는 두 번이나 세차게 팔을 털어야 했다. 바구니가 벼랑 가장자리로 다시 1미터쯤 더 처졌다. 비단 천은 어린애의 속삭임처럼 사락거렸다. 브래들리는 무슨 행동이라도 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밧줄을 잡고 매달렸던 그날 오후에 했던 것처럼 무작정 몸을 날려볼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제 그렇게 할 만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 내 눈에도 보였다. 브래들리는 진정 살 의욕을 잃은 상태였다. 상상해보라. 그는 잃어버린 자기 아들을 두 팔에 안고 거기에 서 있었다. 벼랑 끝으로 기울어 사라져갈 때까지도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열쇠가 내 손 안에서 가냘프게 울렸다. 인생을 허비한 모든 사내들을 위하여 울리는 미미한 마지막 종소리처럼. 나는 여전히 아이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였지만 그 얼굴은 앞으로 영원히 나와 함께할 터였다. 이제부터 펼쳐질 내 인생과 작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그 얼굴이 비추게 될 것이다. 뭐,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 (「밤과 낮 사이」, 『밤과 낮 사이』1권, 중에서) ?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장르문학 거장들의 단편소설을 한눈에 본다 미스터리, 크라임, SF, 판타지, 스릴러, 로맨스 등 외국 장르소설계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미권에서 오늘날 가장 사랑받고 주목받는 작가들의 최신 작품들을 하나의 타이틀로 만나기란 쉽지 않다. 마이클 코넬리, 조이스 캐롤 오츠, 빌 프론지니, 톰 피치릴리, 노먼 패트리지, 찰스 아데이, 존 하비, 패트리샤 애보트, 샬레인 해리스, T. 제퍼슨 파커……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영미권 장르문학 대표주자 28인이 『밤과 낮 사이』에 모였다. 여기에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걸작 장르 앤솔로지를 탄생시켜온 명편집자 마틴 H. 그린버그와 본인도 유명 추리소설가이자 편집자인 에드 고먼의 공이 가장 컸다. 이 특별한 테마 소설집은 ‘장르소설’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 아래 작가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스타일을 마음껏 칼처럼 휘두른 눈부신 단편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총28편에 이르는 작품들은 결과적으로 장르소설의 모든 유형을 망라한다. 자타공인 ‘범죄소설의 제왕’ 마이클 코넬리가 내놓은 단편「아버지날」에서는 그의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인 LA경찰청 형사 해리 보슈가 등장하여 생후18개월이었던 어린 피해자의 죽음을 파헤친다. 물론 자신의 인기 장편소설 시리즈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또 하나의 사이드스토리로서 단편을 쓴 작가는 코넬리만이 아니다. 미드 〈트루 로맨스〉의 원작자로도 국내 독자들에게 친숙한 샬레인 해리스의 「운이 좋아」는 평범한 인간과 초능력자, 뱀파이어, 늑대인간 등이 어울려 살아가는 로맨틱 미스터리 남부 뱀파이어 시리즈의 단편이고, 제레미아 힐리의 「모자 족인」은 테스 캐시디 시리즈에 속한 것이며, 스티븐 호큰스미스의 「악마의 땅」은 그의 암링메이어 형제 시리즈의 단편으로서 카우보이 탐정 형제 특유의 좌충우돌 소동극을 펼친다. 반면에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통해 반세기 동안 평단과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조이스 캐롤 오츠의 「첫 남편」은 한 남자의 사소한 의혹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파국의 과정을 냉정한 문체로 보여준다. 11살에 목격한 가족 안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놓고 60년도 더 지난 후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서야 겨우 그 실상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여인의 이야기인 패트리샤 애보트의 「그들 욕망의 도구」, 이번 소설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톰 피치릴리의 「밤과 낮 사이」와 로버트 S. 레빈슨의 「약삭빠른 갈색 여우」는 작가로서 수명을 위협받으며 추락의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히스테릭한 남성 소설가를 화자로 내세워 그들이 현실에서 맞닥뜨린 실제 범죄자와의 교집합을 냉소적으로 비틀며, 비 오는 날 아침 파리의 벨르빌 거리에서 아름다운 소녀가 교살당해 버려진 시체로 발견되자 범인을 나름대로 수사해가던 추리소설가 지망생이 급작스럽게 마주친 진실을 에디트 피아프의 명곡 〈장밋빛 인생〉을 모티프로 그려낸 도미니크 메나르의 「장밋빛 인생」 같은 작품은 세계와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모순과 연민이라는 두 가지 통로로 잘 드러내고 있다. 제각기 세부 장르는 달라도 이 책에 담긴 28편의 장르 단편소설들은 공통적으로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있다. 늑대인간이 나오든 뱀파이어가 나오든, 20세기 초의 미국 뉴욕 슬럼가를 배경으로 하든 21세기 프랑스 파리의 재개발지구를 배경으로 하든, 작품 안에서 벌어지는 범죄가 살인이든 사기나 마약, 방화이든 간에 장편소설에 비해 현격히 짧은 분량인 단편소설 속에서 자신만의 문체로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독자의 시선을 잡아끌며 개성 있는 캐릭터와 사건을 조율해가는 작가들의 능수능란한 솜씨는 그간 한국에서 발현된 단편소설이 좀처럼 주지 못한 최상의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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