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작은 집 마리의 부엌
About this Book
푸릇푸릇한 나무와 새의 지저귐을 배경 삼아
한입 가득 넣는 온기 한 스푼
지리산 숲속의 어느 작은 민박집에서는
불어오는 인연을 햇살 앞 풍경처럼 걸어둔다
10년 전, 어딘지 모르게 답답했던 도시생활을 뒤로하고 지리산 산청에 터를 잡았다. 그곳에서 저자 김랑은 오래되었지만 아름다운 집과 함께 여러 인연을 쌓아간다. 정성껏 밥을 짓고, 아낌없이 마음을 내어주며, 민박집 손님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선물한다. 그들에게 전해진 선의와 온기는 또다른 사람에게 가닿을 테니.
가끔 지칠 때면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느긋함을 즐기는 저자답게 여행지에서도 자신만의 속도를 만끽하며, 보고 먹고 걷는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한두 마디 나누며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기도 한다. 그렇게 저자의 날들을 짙게 칠해준 인연들이 모여 『숲속 작은 집 마리의 부엌』이 되었다.
“우리는 인연을 나비매듭으로 묶습니다.
그래야 어디든 날아가니까,
계절마다 우리를 찾아올 테니까”
무채색 빌딩 숲을 미련 없이 등지고 초록빛 숲속으로
이곳은 지리산에 자리한 아주 특별한 민박집
“도시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항상 이방인” 같았던 부부는 10년 전, 지리산 산청으로 둥지를 옮겼다. 낡고 오래되었지만 사방이 아름다운 집에서 저자 김랑은 느긋한 즐거움을 만끽하며 『숲속 작은 집 마리의 부엌』을 펴냈다.
불편하고 아름다운 민박집 ‘마리의 부엌’은 사실 규칙이 제법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기, 멍 때리며 지내기, 책 읽기, 마당에서 음악 듣기, 직접 채취한 산나물로 차려진 자연밥상 챙겨 먹기. 무채색 도시를 떠나 초록빛 숲속으로 도망쳐온 이 시간만큼은 모든 일상의 스위치를 끄기 바란다는 작가의 뜻이 담긴 규칙들이다. ‘자연’스럽게, 욕심 부리지 말고 억지 부리지 말고, 없는 것보다 가진 것에 집중하는 삶. 그 삶의 방식이 바로 저자 김랑이 지리산에서 찾은 행복의 실마리다.
“내 안에 들어 있는 것에 만족하며, 남과 비교하는 대신 내가 가진 것을 즐기고 감사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 살아가기.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다.”_96쪽
저자는 그 실마리를 혼자 품고 있기보다 민박집을 찾아온 손님들과 나누기로 했다. 불편하지만 행복으로 연결될 이 민박집만의 규칙에 감응하는 손님이라면 그는 이내 저자에게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아로새겨진다. 그를 위해 해로운 마음이 한 끗도 들어가지 않도록 정성껏 밥을 짓는 저자는 “마음 내어주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쉽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밥을 먹은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밥을 먹으며 ‘마음이 충전되었다’고 화답해준다.
누군가에게 선의와 배려를 내어주면 그 마음은 반드시 그들 한구석에 포슬포슬한 토양으로 남을 것이고, 그 토양에서 꽃피운 또다른 선의는 다른 사람에게 가리라. 저자는 그렇게 10년간 인연이라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었고, 그 아름다운 이야기는 고스란히 한 권의 책이 되었다.
“근데 내가 가도 될까요.” 나는 그녀의 말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답했다.
“와요. 언제든지.”_본문 중에서
나비매듭으로 묶인 인연은 훨훨 날아
지리산 숲속을 넘어 머나먼 곳까지 날아간다
『숲속 작은 집 마리의 부엌』에서는 소박한 여행기도 만날 수 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저자답게 그는 여행을 떠나서도 입이 떡 벌어질 화려한 대도시보다는 오래되어 퇴색된 나무집, 소담한 찻상을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시야가 탁 트여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하늘을 찾아다닌다. 덕분에 우리는 책을 읽으며 낯선 공간의 익숙한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이곳 가보셨나요?” “이거 먹어봤나요?” 그럼 우리는 이렇게 답한다.
“아뇨, 어느 동네 골목길을 걸었어요. 좋으면 또 가서 걷기도 해요. 그러다보니 계획한 곳을 못 가거나 유명한 관광지를 못 보는 게 비일비재하죠. … 지금 이곳을, 현재를 충분히 즐기고 누리는 게 저희 여행 스타일이에요.”_본문 중에서
“여행은 보는 것, 먹는 것, 걷는 것”이라는 저자의 여행 이야기를 읽다보면 여행은 어쩌면 ‘일상에서의 탈출’이 아니라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한 행위라 느껴진다. 비일상적인 공간에서 우리의 일상을 다시금 회상해보는 것. 끝나고 돌아갈 일상을 낯설게 보는 것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다.
더욱이 그 여행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다. 혼자 고독에 잠기는 여행도 충만한 기억이 되지만, 풍경만 담긴 여행은 금방 휘발되고 만다. 그러나 그 풍경에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한두 마디라도 나누었다면 “그 순간은 영원이 된다”.
그것이 저자가 “곁에 있으면 인생에 백번 도움되는 존재를 말하자면, 단연 ‘여행 파트너’”라고 말하는 이유이며, 손님으로 만나 ‘내 사람’이 된 인연들과 함께 이곳저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와도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오래갈 인연”을 맺는 저자의 따스함은 읽는 이로 하여금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만든다.
내게 여행은 늘 ‘사람’인 듯하다. 조금은 부족하고 조금은 덜 보고 서툴러도, 사람이 좋으면 다 만족스러운 여행이 되고 말거든. 아무리 풍경이 좋고 아름다워도 사람과의 이야기가 없다면 그 순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색과 향이 옅어진다. 하지만 그 풍경 안에 사람이 있다면 순간은 영원이 된다. _본문 중에서
Source: View Book on Google 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