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의 뿌리
About this Book
대구 ‘10월항쟁’ 70주년,
‘현존하는 과거’와의 시적 대면
평생을 대구에서 살아 온 이하석의 시집 『천둥의 뿌리』는 대구라는 도시에서 벌어진 집단적 죽음의 기억을 불러내어 고통의 언어로 지어낸 집이다. 그런데 이것이 번듯한 사당이나 기념관이 아니라 조촐한 초막으로 지어진 이유는 집단적 죽음의 기억들이 아직 공식적으로 복원되지 못하고 원혼들이 아직도 천도(遷度)되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도시에 살면서 늘 부채의식에 시달려 온 시인은 혼신의 힘을 다해 고통의 언어로 가까스로 기둥을 세우고 얼기설기 서까래를 엮어 중음신들이 임시로 거처할 오막살이 한 채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떠듬거리며 이렇게 고백한다. “나 역시, 여전히, 죽음의 사랑을 제대로 말 못 합니다.”(「시인의 말」).
가슴속에 뭉쳐 있는 뜨거운 사랑의 불덩어리를 끄집어내려 해도 침묵을 강요하는 온갖 금기와 감시와 검열의 트라우마 때문에 말은 가시처럼 목에 걸려 나오지 못한다. 오죽하면 시인은 “사랑을 고백하면서,/당신이 내게서 점점 더 멀어지기를 꿈”꿀까(「사랑에 대하여」).
지난 45년간 ‘이성의 힘’과 ‘자기절제의 정신’을 동력으로 하여 시를 써 온 이하석 시인이 수십 년의 인고 끝에 마침내 터뜨린 ‘거대한 울음’이자 가장 냉정하게 기록한 ‘치열한 고발’인 이 시집은 전체가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화엄적(華嚴的) 대오’를 형성하고 있는, 우리 시의 역사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이다. 대구의 역사와 대구의 시인이 대면한 이번 시집을 지역의 출판사 한티재에서 펴내었다는 데 더욱 큰 의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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