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그 사람
About this Book
이중섭의 족적을 좇아 서울과 도쿄, 제주와 통영, 부산을 취재한
일본인 저널리스트의 집요한 취재의 결과물,
그동안 듣지 못한 야마모토 마사코의 육성을 담다
우리에게 이중섭은 천재 예술가인 동시에 한국전쟁, 난민, 가족과의 이별, 요절 등으로 요약되는 비극적 생애의 주인공이다. 1956년 세상을 떠난 뒤 그는 이미 오래전 우리에게 역사가 되었으나, 그가 떠난 뒤 약 70여 년 가까이 그를 현재진행형으로 오랜 시간 그리워한 이가 있었다. 바로 그의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 한국명 이남덕 여사다.
우리는 그동안 이중섭을 국민 화가로 여길 만큼 그에 관해 다 안다고 생각했으나 한편 우리가 아는 이중섭은 어쩌면 ‘우리’ 쪽에서 바라보는 단면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 오누키 도모코는 이중섭을 취재하면서 그가 살았던 서울과 제주, 부산과 통영 등을 직접 찾아 다녔다. 2011년부터 배우기 시작했다는 그의 한국어는 성인이 되어 외국어를 배웠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할 만큼 유창하고, 글을 읽고 쓰는 것에도 전혀 어려움이 없다. 이런 한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한국에서의 이중섭을 기억하는 이들, 그 시대를 연구하는 학자들, 역사와 정치 분야 전문가들까지 전방위로 인터뷰하고, 신문 기사와 잡지를 비롯한 온갖 문헌들을 섭렵하여 이중섭의 생애 전모에 가까이 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나아가 일본인으로서 동시대를 기록한 일본의 다양한 자료는 물론 그 시대를 기억하는 전문가들과의 인터뷰까지 포함한 것은 물론이다.
그의 분투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 이중섭을 가장 잘 아는, 또는 가장 그리워했을 유일한 한 사람, 바로 이중섭의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와의 밀도 높은 인터뷰와 그녀와 그녀 집안이 간직하고 있던 미공개 편지 등을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중섭의 면모를 한국의 독자들 앞에 가감없이 베풀어놓았다.
저자의 이러한 집요하고 치열한 취재를 근간으로 삼은 이 책을 통해 이중섭은 한국의 독자들이 이전에 알던 것보다 훨씬 더 입체적으로, 생생하게, 인간적인 얼굴로 새롭게 등장한다.
이 책에서 그 내용이 처음 소개된, 야마모토 마사코의 가문에서 소장하고 있던 미공개 편지를 통해 그의 고민과 갈등, 좌절을 깊이 느낄 수 있게 되었으며, 이중섭 가족을 둘러싼 한국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이들 가족의 안녕을 위해 어떤 마음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 또한 이 책을 통해 발견하는 유의미한 장면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마모토 마사코의 기억을 통해 젊은 날의 이중섭부터 가족과 헤어져 외로움을 견디던 일상의 이중섭의 모습을 되살림으로써 시대의 비극이 두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았는가를 가슴 아프게 마주하게 한다.
신화 속 주인공, 한국의 국민화가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난
그저 인간 이중섭으로 안내하는 전혀 새로운 평전의 등장,
한국과 일본의 독자 모두에게 전하는 이중섭과 그의 아내의 인생 스토리
이 책이 일본에서 출간된 것은 코로나19로 한국과 일본을 자유롭게 오가지 못할 때였다. 언제라도 오갈 수 있던 국경이 닫히자 뜻밖의 이별은 일상적으로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 되었다. 이중섭과 야마모토 마사코, 두 사람의 이별도 그렇게 비롯되었다. 전쟁을 피해 잠시 떠나온 고향은 영영 돌아갈 수 없는 곳이 되었고, 생활고와 병마를 피해 잠시 떨어져 있기로 했던 가족은 그대로 이별하고 말았다.
이중섭이라는 이름이 곧 신화의 대상으로 여겨지곤 하는 한국의 독자들과는 달리 일본의 독자들에게는 이중섭이라는 이름조차 낯설었다. 그런 일본의 독자들에게는 코로나19로 인한, 기약없이 국경이 단절된 상황과 맞물려 이중섭의 생애가 한국의 독자들과는 다른 온도로 전해졌다. 많은 일본인 독자들은 한국인과 결혼한 일본인 여성과 아이들이 남편과 아버지를 끝내 다시 만나지 못한 채 평생 헤어져 살아야 했던 안타까운 삶에 깊은 공감을 드러냈으며, 그러한 공감의 토대 위에 이중섭이라는 화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렇게 일본의 독자들에게 최초로 이중섭을 알리는 계기가 되어준 이 책의 저자는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적 태도를 전제로 신화 속 주인공이 아닌 철저하게 인간 이중섭을 중심에 두고 서술한다. 그로써 우리는 그 의미와 예술의 세계를 먼저 논하거나 또는 가족과의 이별이라는 비극적 상황에 주목한 서사의 주인공이 아닌, 오로지 인간 이중섭으로 안내하는 전혀 새로운 평전을 확보하게 되었고 나아가 그의 인생의 중요한 존재인 야마모토 마사코와 그 아들들의 생을 통해 이중섭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그 가족의 매우 구체적인 삶, 인생 스토리와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부부로 함께 한 시간은 7년 남짓,
그가 떠난 뒤 70년 가까이 홀로 살아온 이중섭의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의 1주기에 맞춰 한국과 일본의 저자가 함께 출간한 두 권의 책
1956년 9월 6일 세상을 떠난 이중섭은 오래 전부터 이미 신화였고, 역사였다. 그러나 단 한 사람, 그의 아내 한국명 이남덕, 일본명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그리운 이름이었다. 1945년 결혼한 뒤 전쟁과 가난으로 인한 생활고와 병마로 1952년 헤어진 두 사람이 부부로 함께 산 세월은 7년 남짓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중섭이 세상을 떠난 뒤 우리가 역사로 여겨온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야마모토 마사코는 홀로 남편을 마음에 품고 살아왔다. 그런 그녀가 2022년 8월 13일, 세상을 떠났고 이로써 두 사람의 삶은 이제야 비로소 역사의 장으로 편입되었다.
일본인 저널리스트로서 한국의 예술가 이중섭의 생애를 다룬 『이중섭, 그 사람』은 한국에서 이중섭에 관해 독보적 연구자인 미술사학자 최열의 책 『이중섭, 편지화』와 나란히 출간되었다.
『이중섭, 그 사람』의 저자 오누키 도모코가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길잡이 역할을 해준 것이 바로 지난 2014년 최열이 펴낸, 이중섭에 관한 독보적인 책 『이중섭 평전』이고 보면 한국과 일본 두 저자의 인연 역시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 더해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최재혁은 한국 근대미술사 연구자인 데다, 이 책의 담당 편집자는 2014년 최열의 책 『이중섭 평전』의 담당이기도 했으니 오누키 도모코 기자의 『이중섭, 그 사람』은 이중섭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인연들이 겹으로 쌓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이 책의 한국어판을 준비하는 동안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가 세상을 떠났고, 그녀의 1주기를 기리기 위해 이중섭과 야마모토 마사코의 나라 한국과 일본의 저자 두 사람이 함께 책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는 것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이중섭이라는 예술가의 삶에 오랜 시간 천착해온 두 사람의 저자로 인해 1953년에 헤어진 이래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이중섭과 이남덕 두 사람이 책으로나마 독자들 앞에 나란히 서게 된 셈으로, 이 책을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의 1주기에 맞춰 출간하는 의미가 바로 거기에 있다.
출간을 전후하여 서울과 제주에서 마련한 독자와의 만남,
그 시간을 통해 마주하는 이중섭, 그 사람의 생애와 예술
책의 출간에 맞춰 이중섭과 야마모토 마사코의 삶을 함께 돌아보는 자리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 『이중섭, 그 사람』의 저자 오누키 도모코는 8월 10일 종로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독자와의 만남(오후 7시 30분, 청운문학도서관)을 위해 방한하며, 같은 장소에서 일주일 뒤인 8월 17일에는 『이중섭, 편지화』의 저자 최열의 독자와의 만남이 준비되어 있다.
이어서 이중섭 화가의 기일인 9월 6일을 전후하여 서울과 제주에서는 도서관과 책방을 중심으로 오누키 도모코와 최열의 강연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동시에 출간되는 두 권의 책을 통해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시선으로 이중섭의 생애와 마주할 특별한 계기가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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