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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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당신 아내가 돼요?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니까 꿈도 꾸지 마세요.” “절대……라는 장담은 하지 않는 게 좋을 텐데?” 그녀는 강희를 향해 입을 크게 움직이며 또박또박 발음했다. “절. 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까 김칫국 마시지 마세요.” “그 ‘절대’가 일어난다면?” “그런 일 없다니까요!” “그 ‘절대’가 일어난다면 내 앞에서 춤 춰.” 6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프랑스의 슈렌 공작가. 오랜 전통과 함께 전해지는 애틋한 사랑이야기. 일생에 단 한 번의 사랑. 저주인지 축복인지 모를 그것은 슈렌의 이름을 단 사람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유일한 상속자 루이 드 슈렌 그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분수 잃고 제멋대로 나대라고.” “비꼬는 거예요?” “진심이야. 난 내 약혼녀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든 기죽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그녀를 무시하는 듯 하면서도 배려해주는 알 수 없는 그 남자. “Bonsoir ma chérie.” 그가 선택한 유일한 여자 백강희. 오로지 그 만이 부를 수 있는 그 이름 셰리. “한 가지만 약속한다면…… 당신 과거가 설령 시궁창에 처박힐 만한 것이라 하더라도 난 웃으면서 넘겨줄 수 있어.” “한 가지 약속이요……?” “날 배신하지 마. 그것만 인지하고 약속할 수 있다면 난 당신의 모든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도록 할 거야.” 그의 선택이 축복이 될 수 있기를…… [본문 내용 중에서] “내가 말하는 예의란 네게 기회를 주는 거야. 나의 아버지와 네 아버지가 기대하는 그 기회.” “알아듣게 좀 말해줄래요?” “아까 채우지 못한 5분을 다시 주지. 그 5분 동안 내가 널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어 봐. 널 안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게 말이야. 혹시 아나, 이 기회로 날 가질 수 있는 영광을 안게 될지.” 그는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시작해.” 그 말에 윤수는 오히려 뒤로 물러났다. “잠깐만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5분은 뭐고 기회는 뭐예요? 설마 나보고 그쪽을 어떻게 해달라는 거예요? 유혹, 뭐 이런 거요? 제정신이에요? 갑자기 왜…… 아! 그럼 아까 그 발코니 여자한테도 그렇고 파우더 룸에서 나한테 이상하게 굴었던 것도 이런 뜻으로 말한 거였어요?” “4분 남았어.” 윤수는 양손을 허리에 척 하고 올렸다. “40분을 준대도 내 대답은 하나예요. 노 생큐! 당신을 유혹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으니 그런 영광은 다른 여자에게나 주시죠!” 윤수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양손으로 부채질하며 화를 삭이려 애썼다. “아, 진짜, 오늘 일진 왜 이래? 만나자마자 유혹을 하라니 제정신이야?”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며 자신의 기분을 표출했다. 그녀의 노골적인 비꼼에도 루이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3분.” “왜 이러세요? 시간 잴 필요 없다니까요! 전 그쪽한테 관심이 없다고요!” 윤수의 어깨를 감싼 숄이 스르륵 벌어졌다. 아슬아슬하게 골이 파인 가슴으로 그의 시선이 내려왔다. 그의 노골적인 시선에 윤수는 허전해진 자신의 가슴팍을 내려다 봤다. 숄이 활짝 벌어져 가슴의 반이 드러나 있었다. “엄마얏!” 그녀는 빠르게 숄을 가슴 앞으로 모았다. “어딜 보는 거예요!” “네가 어리지 않다는 유일한 증거를 봤을 뿐이야.” 높낮이 없는 건조한 대답에 그녀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제 보니 정말 음흉하시네요! 그래도 전 그쪽이 공작이라는 대단한 분이시라기에 매너를 아는 진정한 신사인 줄 알았는데.” “1분 남았군.” 윤수의 일갈 따위 관심 없다는 듯한 그의 태도에 그녀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전 이만 돌아가겠어요! 발코니에서의 일도 설명했고, 충분히 인사도 나눈 것 같으니 먼저 나간다 해도 실례는 아닐 것 같네요. 그럼 안녕히 잘 계세요!” 윤수는 이를 악다물고 그의 곁을 지나갔다. 아니,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의 옆을 지나치려는 순간 그가 숄을 쥐고 있는 그녀의 손목을 홱 낚아챘다. “앗!” 순식간에 그녀의 몸이 그에게로 돌려졌다. 놀라 당황한 사이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그의 다리 하나가 들어왔고, 말릴 틈 없이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부드러운 실크 소재의 숄이 지탱해주던 손길을 잃고 맥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놀란 그녀가 그의 가슴팍을 밀치려하자 그녀의 허리를 감싼 그의 손이 강하게 밀착을 요구했다. 타다닷, 소리를 내며 그녀의 드레스 옆트임이 무릎에서 허벅지까지 올라갔다. 벗어나려하면 할수록 더욱 가까워질 뿐이었다. “이, 이거 놓지 못해요?” 그녀의 얼굴이 익다 못해 빨갛게 불타올랐다. 하지만 그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그대에게 준 5분, 포기하겠다면 내가 받을까 해서 말이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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