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의 서사세계
About this Book
전기소설(傳奇小說)에는 참으로 많은 귀신이 등장한다. 원한이 쌓여 구천을 헤매는 온갖 원귀들이 득실거리고, 원귀들을 달래서 저승으로 보내는 신(神)들까지 맡은 직책을 수행하느라 몹시 바쁘다. 결국 작품의 말미엔 선악에 따라 그들이 운명이 결정된다. 이렇듯 전기소설에 나타난 신들의 세계에는 분명하게 선악이 구분돼 있고, 인과에 따른 응보가 따르고 있다. 그야말로 한 치도 어그러짐이 없다. 옛 선비들이 전기소설을 읽고 고질적으로 따라다니던 ‘두풍(頭風)’이 사라졌다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연암 박지원의 한문소설 중 은 그 중 단연 으뜸이다. 시대상을 잘 반영하기도 했지만, 허생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참선비상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자와 성인이 걸어야 하는 길을 공부부터 세상을 경륜하는 데까지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에 이완 대장을 꾸짖는 장면은 그야말로 아픈 이가 빠지는 쾌감을 주고 있다. 또한 병을 치유하는 데는 전기소설 못지않게 야담(野談)도 한몫했다. 조선조 내내 선비들의 사랑방을 훈훈하게 한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야담을 엮은 사람들은 대부분 고위 관직을 지낸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야담이라는 장르에다 자신의 뜻을 적었다. 한시처럼 중요하게 생각하던 장르가 아니므로 저촉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상을 벗어나 하고 싶은 말들을 서사구조를 띤 야담에 담았다. 설화는 아주 중요한 서사문학이다. 야담이나 소설과 같이 복잡하게 잘 얽은 서사체계를 갖추지는 않았지만 모든 서사문학을 탄생시킨 근원이다. 설화에는 나라를 건국한 이야기, 영웅의 이야기, 남녀의 사랑이야기 등등이 있다. 이런 이야기는 긴 겨울밤을 보내면서 우리의 꿈을 키우고, 설화의 주인공과 같이 아픔과 즐거움을 나누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이 책은 위에서 언급한 전기문학(傳奇文學)․소설문학(小說文學)․야담문학(野談文學)․설화문학(說話文學)에 대한 저자의 논문을 엮은 책이다. 이들은 서사문학의 근원에 놓여있는 일종의 고전산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세월 고전 문학에 관심을 가져온 저자의 눈으로 본 옛 이야기들을 통해 선배 제현들의 질정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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