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혼자 1

구혼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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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이상〉
아침부터 흐린 품이 꼭 폭우라도 내릴 것 같았다. 그러나 낮쯤에는 맑게 갰고 은성은 종일 운이 따랐다. 오전엔 고액 과외 알바를 소개받았다. 낮에는 일하던 카페에서 특별 보너스를 받았다. 저녁에는 남의 지갑을 주워 주고 사례금을 받았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귀갓길에 편의점에서 마카롱과 커피를 샀다. 달콤한 시식의 순간을 고대하며 발길을 재촉했건만…. 집 안으로 들어선 순간, 은성은 직감했다. 악마 같은 조 실장이 찾아왔다는 걸. “오늘따라 운이 좋더라니. 김 첨지도 아니고, 이게 뭐람.” 은성은 힘겹게 눈을 감았다 뜨며 그리운 이름을 불러 봤다. “보고 싶어, 엄마….” 저벅저벅…. 인기척을 느낀 건 바로 그때였다. 아스라해지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고 눈을 조금 떴다. 좁은 그녀의 시야에 부서질 듯한 빛줄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 빛을 등지고 한 남자가 우산을 받친 채 서 있었다. “…누구?” 조 실장과 그 부하들이 다시 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엄습했을 그 무렵. 일말의 자비심도 동정심도 없는, 그렇다고 잔인함이나 비열함도 아닌, 그저 무심함 그 자체인 눈빛으로. 거의 기절한 은성을 향해 몸을 구부리며 중얼거렸다. “찾았다.” “!!!” 앞에 선 그 남자가 느긋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무심하게 툭 말을 뱉었다. “결혼하자.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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