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역사의 건널목
About this Book
역사는 정복과 전쟁의 기록, 문학은 영웅 서사시와 영웅소설의 틀을 마련해주는 장치 이미 작가가 밝혔듯이, 20세기에 만들어진 약 2만 편의 영화를 30여권 정도로 정리할 생각으로 집필한 [헐리우드 키드의 20세기 영화 그리고 문학과 역사]-{전설의 시대}에 이어 {신화와 역사의 건널목}이 출간되었습니다. 처음 {전설의 시대}가 출간되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물론 평가도 다양했습니다. 그 중 대표적으로, 영화를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매니아들의 입장에선 저자의 글담이나 자료는 상당하지만, 영화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없다고들 합니다. 이는 첫 권을 냈을 때 당연히 예상했었고, 저자 역시 영화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어쩌면 당연한 평가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양한 글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문학과 역사와 영화를 이토록 맛깔스럽게 버무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들 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평가들에 대해 편집자가 뭐라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니지만, 저자의 뜻에 따라 문학과 역사, 그리고 영화를 아우르는 책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데에 초점을 맞춰 꾸며나갈 생각입니다. 다소 생소한 영화 장면들과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 그리고 무엇을 소재로 삼았는지를 정리하는 것도 또 다른 자료의 가치가 될 테니까요. {신화와 역사의 건널목}이란 제목에서처럼, 이번 책은 신화에서 파생된 문학, 그 문학을 토대로 영화가 된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작가들 몇몇을 소개하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쪽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이탈리아 작가 라파엘 사바티니(Rafael Sabatini, 1875∼1950)인데, 지금은 사어(死語)가 되어버린 '풍운아'라는 말이 제목에 자주 등장하고 해양 활극영화가 왕성하던 시대에 『체자레 보르지아의 생애(The Life of Cesare Borgia, 1912)』 등 모험과 사랑을 주제로 한 십여 권의 소설과 몇 편의 희곡을 발표하여 큰 빛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C. S. 포레스터(Cecil Scott Forester, 1899∼1966)는 살인사건을 다룬 첫 소설 {지급 연기(1924)}가 작가 자신의 각색을 거쳐 무대극과 영화로 크게 성공합니다. 우리에게 결코 낯설지 않은 그레고리 페크의 [백경]의 원작자 허만 멜빌(Herman Melville, 1819∼1891), 역사소설의 아버지 월터 스코트 경(Sir Walter Scott, Bart., 1771∼1832) 등등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특히 월터 스코트는 작품의 흐름이나 '이야기'에 방해가 된다면 작가는 역사의 내용까지도 바꿀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스코틀랜드의 역사와 전설에서 대부분의 소설 자료를 구했고, 유럽에서도 인기가 대단해 발자크와 톨스토이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요. 하지만 출판에 잘못 손을 댔다가 파산하여 불행한 말년을 보냈고, 엄청난 부채는 사후 15년이 되어서야 작품의 모든 판권을 팔아 넘겨 겨우 정리하게 됩니다. 월터 스코트와 마찬가지로 {삼총사(三銃士, Les Trois Mousquetaires, 1844)}, {몽뜨 크리스또 백작(Le Comte de Monte-Cristo, 1844)}, 그리고 {철가면(鐵假面)}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알렉상드르 뒤마 뻬르(아버지) 역시 과거의 사실을 충실하게 재현하기보다는 왕성한 상상력에 의해서 역사적인 사실을 허구의 소설로 엮어 생생하고 파란만장한 사건으로 전개시키는 작업에 열중했습니다. 그러나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그의 소설들은 표절이 심하고, 고증이 소홀하고, 무성의한 방법으로 집필되었다는 비난을 자주 받았으며, 그래서 결국 그는 평생 소망이었던 프랑스 예술원의 회원이 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신화와 역사"를 다룬 수많은 영화에서 나타나듯이, 그 함정을 경고하는 작가의 말은 참으로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헐리우드 영화를 많이 봤으니까 미국 문화를 잘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상상 외로 많다. 그것은 아마도 한국 영화가 가능하면 사회상이나 현실을 솔직하고 참되게 반영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고, 그래서 외국 영화도 그러했으리라고 순진하게 믿었던 오해의 소산이리라. 하지만 공장에서 사탕을 대량 생산하여 판매 전략을 세우듯 '예술'을 상품화하는 헐리우드의 영화라면, 많은 경우에 미국의 문화나 생활을 참되게 반영한 작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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