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약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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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어주세요…….” 솔직하게 말하는 그녀의 귓가로 그의 탁한 숨소리가 전해졌다. 이윽고 들려오는 한마디. [넣고 싶다.] 나직이 중얼거린 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 네 손가락을 빼고 내 것을 넣고 싶어. 넣어서…….] 수아가 두 눈을 내리깔았다. 지금 움직이는 것은 자신의 손가락인데 머릿속에서는 그의 손가락이 아니, 그것보다 훨씬 길고 두꺼운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도진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처음에는 아플 거다. 울고 소리치면서 날 밀어낼지도 모르지. 하지만 늘 그렇듯이 금방 좋아질 거야. 그래, 바로 지금처럼.] 하아, 하아……. 내뿜는 숨소리가 더욱더 커졌다. 손가락의 움직임도 빨라졌고 심지어…… “도진 씨…….” 개수마저 늘어났다. 수아는 두 개의 손가락을 모아 넣은 채 들리는 소리에 맞춰 움직였다. 안으로 밀어 넣었다가 도로 빼내고 살짝 구부린 상태에서 내벽을 치자 애액이 늘어났다. 그도 이 상태를 예상한 것일까? 들려오는 숨소리가 거칠었다. 이를 발판 삼아 한층 손을 놀렸다. 조금만 더하면 닿을 것 같았다. 그가 주고는 하는 그것에, 그가 느끼게 하는 그것에 다다를 것만 같았다. “도진…….” 한결 더 애틋하게 부르는 그녀에게 도진이 탁하게 읊조렸다. [점점 더 속도를 높일 거다. 네가 익숙해지면 질수록, 느끼면 느낄수록 더욱 강하게 몰아붙일 거야. 그리고…….] 하아, 하아! 숨소리가 더할 나위 없이 가빠졌다. 손가락은 더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삽입됐고, 그곳은 시트를 흠뻑 젖일 만큼 젖어있었다. 그런데도…… [손을 잡고, 입술을 막고, 체중을 실어서 네 안에 나를 박을 거야. 그렇게 서로가 견딜 수 없을 때쯤…….] 도달하지 못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쏟아낼 거다. 내 모든 것을, 네 안에.] “하앗!” 그 순간 느껴지는 쾌감에 수아는 허리를 띄었다. 이내 축하니 늘어졌다. “하아, 하아…….” 온몸이 나른하고 정신은 혼미했다. 그런데도 느끼고 있었다. 흠뻑 젖은 그곳에 뿌려진 무언가를. 이런 그녀에게 도진이 나직이 속삭였다. [돌아가면 수아, 널…… 안아도 될까?] *** 정략결혼에 대해 그다지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니었다. 사랑으로 결혼한 사람들도 그 마음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으니까.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제 첫 포옹도, 첫 키스도, 첫 마음도 전부 그 사람한테 줘야 한다는 거죠. 아쉽게도 저, 이제껏 첫사랑도 못해 봤거든요.” 술김에 한 고백이었다. 그런데 그 고백을 ‘낯선 남자’는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첫 키스, 나와 해보지 않겠어요?” “그게 무슨…….” “어쩐지 아가씨의 처음이 욕심이 나서 말이죠, ……무척이나.” 그러곤 빼앗아갔다, 그녀의 처음 중 하나를. 진하고 독한 라임 향을 남긴 채. 그리고…… “처음 뵙겠습니다. 강도진이라고 합니다.” 다시금 나타났다,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아갈 남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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