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온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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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참 질기다. 젠장!” 응? 이건 무슨 말이지? 준서 씨가 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야! 의사들이 넌 이미 죽은 거래. 그런데 난 아무리 뇌사라 해도 널 쉽게 포기하면 안 되잖아! 너도 알지? 네가 내 주변 사람들한테 어떤 여자로 알려져 있는지…….” 찰칵. 이 냄새는 분명히 끊었다던 담배 냄새였다. 몸에 해롭다고 그렇게 말려서 하루아침에 끊었다고 했는데…… 그리고 여긴 병실이었다. 그것도 중환자실. 내가 아는 준서 씨는 절대 내가 하지 말라는 것을 숨어서 하는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 뚜벅뚜벅.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나서 창문 쪽으로 걸어가는 듯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작은 목소리로 준서 씨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있지, 난 네가 그만 가 주었으면 한다. 그때 단번에 즉사하게 처리하라고 했는데…… 자식들. 일처리를 이따위로 해 놓고 내 생돈을 먹다니! 희진아! 난 정말 네가 지겹다. 너 같은 여자가 나랑 결혼이라니 가당키나 한 얘기라 생각하니? 그런데도 난 너랑 결혼이라는 걸 해야 할 수밖에 없었어. 왜냐고? 네가 나를 키웠다는 그 말 때문에. 네가 가져다주는 그 적은 돈을 받으며 난 감사한 척 해야만 했지. 아아, 정말 싫다. 난 너란 인간 자체가 싫어! 그래서 널 죽여 버리고 난 나와 걸맞은 좋은 여자와 결혼하려고 마음먹었지. 그런데 네가 아직 살아 있으면 안 되겠지? 알겠니? 난 너를 없애고 싶었지, 이렇게 누워서 내 생돈 갈아먹게 하려고 한 게 아냐! 알겠어! 제발 빨리 가 버려…… 영원히…….” 그리고 그는 두 손으로 내 몸을 잡아 누르고선 내 귓가에 입을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널 죽여 달라고 그놈들한테 생돈까지 주었는데, 에잇! 바보 같은 양아치. 그러니 제발 빨리 죽어 줘. 제발!” 귓가에 텁텁한 기운이 사라짐과 함께 그의 손도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곧, 병실 문이 사납게 닫혔다. 방 안 가득 그가 피운 담배 냄새가 진동했다. 그리고 난 숨도 쉴 수가 없었다. 담배 냄새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한 말 때문이었다. “널 죽여 달라고 그놈들한테 생돈까지 주었는데…… 빨리 죽어 줘. 제발!” 한마디 한마디가 나에게 천근같은 무게로 압박해 왔다. 스무 살, 대학 1학년 때 만나 지금껏 지난 10년 동안 내겐 오직 준서 씨 한 사람뿐이었다. 그에게 내 모든 것을 주었다. 순결도, 사랑도, 그리고 돈도……. 온몸에서 모든 기운이 빠져 나가는 것 같았다. 주변이 캄캄해졌다. 이대로 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싶다. 이 세상에 아무도 나를 반기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아니, 이준서 그가 나를 얼마나 미워하고 있었는지 알아버린 지금 난 살아갈 아무런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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