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2권(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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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빼고 아무 것도 없는 소녀 신희와 머리 빼고 모든 것을 가진 소년 례하가 만났다.
나선형으로 길게 뻗어 있는 철제계단에서 한 남자아이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아한 기품을 휘감은, 마치 어릴 적 엄마가 읽어주었던 동화 속 왕자님이 종이책 밖으로 걸어나오는 것 같았다.
“저 촌년은 뭐야?”
왕자님 같다고 생각한 거 취소다.
“앞으로 도련님 일들을 돌봐줄 아이예요. 일종의 개인비서라고 생각하세요.”
에, 개인비서라고? 초등학생더러 개인비서를 하라니, 이게 다 무슨 소리야?
“하, 내 개인비서라고? 저런 촌뜨기가 무슨! 나한테 붙일 선생들이 더는 없나 보네, 이젠 별 비서 타령까지 들이밀고. 쟤더러 우리 집 개들이나 시중들라고 해.”
쌩하니 두 사람을 지나쳐 현관으로 향해 버리는 남자아이. 신희는 그 뒷모습이 문밖으로 사라지는 걸 응시하며 한탄하고야 말았다.
내 팔자야…….
<2권 카피>
전부였던 서로를 잃어버린 여자 신희와 남자 례하가 다시 만났다.
“생일, 축하해.”
9년 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
물기에 소복이 잠긴 듯한 그 음성이 그녀의 걸음을 우뚝 세웠다.
“나 보기 싫은 건 알지만 그 말 해주고 싶어서 왔어. 선물은 준비 안 했어, 네가 받지 않을 테니까. 한국 생활은, 어때? 편하게, 잘 지내니?”
좋아, 친구 대접 해주지 뭐. 신희는 굳게 마음먹고 뒤돌아 그를 마주했다.
“난 잘 지내, 넌 어떠니? 입이 찢어지도록 행복하니? 나 대신에 택한 삶이?”
“아니, 불행해……. 그래서…… 다행이야…….”
더욱더 슬픈 눈빛으로 이런 소리를 해대는 례하가 정말이지 한없이 밉고 미웠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부탁인데, 너 다신 볼 일 없었으면 좋겠다.”
신희는 자기 할 말만 쏟아내고서 뒤돌아 례하에게서 벗어났다.
하지만 정신은 그의 온기와 향기에 갇혀 버린 듯 도통 맑아지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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