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About this Book
타자를 열등하다고 낙인찍음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우월한 것으로 만드는 가장 정치적인 감정
혐오의 대상은 다양하다. 현재 회자되는 혐오가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혐오이기에 다른 인간에 대한 혐오만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혐오의 시작에는 자기혐오가 있고 근대 이후 한국에서 나타난 사례에서처럼 혐오 식품과 혐오 범죄도 있다. 건국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인 저자 김종갑은 감정으로서의 혐오를 원론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서양 문학과 철학의 맥을 짚으며 충실하게 추적해나가면서 혐오의 다양한 양상들을 소개한다.
혐오의 가장 대표적인 모습 중 하나는 자기혐오다. 내가 되고 싶은 바가 있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현재의 나를 혐오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로도 그 활약상이 그려진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와, 《구토》의 작가 장 폴 사르트르를 소개한다.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는 외부의 충격에 상처를 입는 연약한 육신을 혐오했으며, 사르트르는 자신의 정신적인 자유를 구속하는 육체를 혐오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내면과 정신을 사랑하기에 자신을 둘러싼 겉껍질을 혐오했던 셈이다. 결국 자기혐오는 자기애의 일종으로 나타난다. 모든 주체는 되기 싫은 것을 혐오함으로써 보다 우월한 정체성을 취득해 자아를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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