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들
About this Book
현대 소설의 패러다임을 창조한 ‘천재’ 보르헤스의 경이로운 미학 세계
현실을 전복하는 초현실과 실재에 침투하는 허구
20세기 문학의 명제를 예지한 거장이 창조한 정교한 이야기의 미궁
▶ 보르헤스의 문장을 읽고 나는 내가 지금까지 익숙하게 생각한 모든 사상의 지평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 — 미셸 푸코
▶ 나는 내일이면 죽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미래에 다가올 세대들에게 하나의 상징이 될 것이다. — 보르헤스
기호학, 해체주의, 후기 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 20세기 주요 현대 사상을 견인한 선구자이자,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 세계 지식인과 작가 들의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대표작 『픽션들』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275)으로 출간되었다. 특히 이번 출간은 국내 중남미 문학의 권위자 송병선 교수의 번역으로, 허구적 이야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추고 비감정적이고 건조한 작가의 문체적 특성을 되살려, 보다 현재적이고 새로운 ‘오늘의 보르헤스’와 만나는 기회를 선사한다. 이 작품집은 1941년 발표한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과 1944년 발표한 「기교들」에 수록된 열일곱 편의 단편 소설을 모은 소설집으로, 일생 동안 단 한 편의 장편 소설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단편 전문 작가 보르헤스의 문학적 정수를 보여 준다.
보르헤스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며 확고한 것으로 믿었던 시공간이 순식간에 전복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특히 허구를 주제로 한 이 소설집에 실린 열일곱 편의 단편들은 가상과 실재를 유리시켜, 무수한 가설과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며 생경하고 낯선 풍경을 보여 준다. 그 세계에서 우주는 순식간에 한계를 아무도 알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도서관으로 화하고(「바벨의 도서관」), 우연과 계산이 뒤죽박죽되어 숙명을 자아내며(「죽음과 나침반」), 꿈과 실재의 경계가 무너져 내리며 자신이라는 주체마저 허구가 된다.(「원형의 폐허들」) 각 작품 모두 20세기 주요 사상의 모태가 되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이 선구적인 소설집은 교묘한 서스펜스와 예상치 못한 반전이라는 이야기 장치를 통해 기억과 환상,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허구’를 다룬 ‘허구’로서 신선한 충격과 사고의 전환을 맛보게 한다.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움베르트 에코 등 현대 지성사의 핵심적 인물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상의 디자이너’ 보르헤스. 그의 작품은 오늘도 여전히 처음 책을 연 독자들에게 ‘무한히 갈라지는 의미의 길’을 열어 보이며 이제까지 만나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펼쳐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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