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대의 과학기술 (한국의 과학과 문명 004)

세종시대의 과학기술 (한국의 과학과 문명 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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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 문명사라는 거시적 틀 속에서 조망하는 세종대 과학기술의 실상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聖君)’ ‘모든 분야에서 문화가 활짝 꽃피었던 시기’. 세종과 그의 시대에 대한 절대 다수 한국인의 인식은 이렇듯 매우 긍정적이다. 조선왕조 개창 후 27년째에 재위에 오른 세종은 32년간의 치세 동안 많은 분야에서 실로 놀라운 업적을 이루어냈다. 부왕 태종에 이어 ‘수성(守成)’의 군주를 자임했던 세종은 신생국 조선의 기틀을 확립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였다. 그가 무엇보다 가장 큰 과제로 삼은 것은 유교?주자학으로 나라의 바탕을 삼는 것이었다. 이를 기층까지 확산하기 위해서는 농업과 의료를 비롯한 민생 활로의 기틀이 될 과학기술의 제고가 필요했고, 이의 선결과제로 제도의 설계?정착 및 그것을 추동할 인재들의 양성이 절실한 과제로 제기되었다. 이에 세종이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의 선진 과학을 수입하는 한편으로, 그것을 사대관계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현실에 맞게 재창조하여 적용하는 일이었다. 이에 필요했던 논리는 ‘풍토부동론(風土不同論)’으로, 세종은 이 원칙하에 나라의 기간 사업을 추진해나갔다. 그 결과, 세종시대 과학기술은 눈부신 성취를 이루어냈으며, 이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의 다양한 분석을 통해 세부적인 내용이 대부분 밝혀지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불거진 전통과학을 둘러싼 학계의 논란에서 세종대 또한 쟁점의 표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런 논란의 배후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자리하고 있다. 하나는 근대주의적 관점의 문제이고, 또 하나는 중화주의적 관점의 문제이다. 근대과학의 관점에 따라 전통과학 분야를 분류하고 그 가운데서 근대과학의 요소만을 추출해 재배열하는 근대주의적 관점에 의거할 경우, 전통과학이 출현하고 작동했던 사회적?지적 맥락이 사상되어버릴 위험성이 크고, 그 역사적 위상에 대한 평가도 자의적 해석이 되어 형평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한편 동아시아 세계질서 속에서 중심부 중국과 주변부 조선의 상호 관계가 주요 화두로 등장하게 되는 중화주의적 관점에 의하면, 조선의 일체의 문화 사업은 거대한 중국문화의 수용?흡수의 과정으로만 이해되어, 한국 전통과학의 ‘독자성’ 역시 중화문명의 아류로 해석되는 편향성이 나타나게 된다. 이 책은 이러한 비판적 문제제기에 주목하면서, 집권체제의 재편을 추구했던 조선왕조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기조와 그 성과를 세종대를 중심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는데, 하나는 유고?주자학의 정치사상적 필요에 따라 추진된 과학정책의 성격과 내용을 검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집권체제의 사회경제적 요청에 따라 시행된 각종 과학기술정책의 성과와 의미를 분석하는 것이다. 요컨대, 동아시아 세계질서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중심부-주변부 문제, 중화문명-조선문명의 상호 관계 등을 염두에 두면서 당대의 사회적?지적?정치사상적 맥락에서 전통과학의 실체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그로써 세종대가 지닌 역사적 의미를 온전히 해석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책의 구성 1장 “세종시대 과학기술의 토대”에서는 세종대 과학기술의 역사적 성격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로 당대의 역사적 좌표를 되짚어본다. 세종대의 시대적 맥락과 세종을 비롯한 당시 위정자들이 당면했던 현실적 과제 속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필요성을 살펴보고, 이를 국가사업의 추진 방향과 연관해서 이해하고자 한다. 집권체제의 안정에 기여할 과학기술의 진흥 과정에서 ‘유교 문화의 보편성’과 제후국을 자처하는 ‘조선의 정체성’ 사이에 끊임없이 마찰이 빚어지게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의 위정자들이 제기했던 방안을 이른바 ‘풍토부동론’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2장 “세종시대 과학기술 정책”에서는 세종대 과학기술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검토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과학기술 분야를 진흥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기술 교육의 확충, 인력의 확보, 선진 과학기술의 도입과 개량, 담당 기관의 정비 등이 필요했다. 여기서는 조직과 인력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 세종대 과학기술정책의 내용을 개관한다. 3장 “세종시대 과학기술의 중추인물”에서는 과학기술정책의 효율적 수행을 뒷받침할 전문 인력의 양성 및 배치?운용의 면면에 대해 살핀다. 그 전문 인력을 편의적으로 구분한다면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학문적 소양을 바탕으로 역대의 과학기술을 종합?정리하는 일에 종사했던 학술 관료들, 두 번째는 학술 관료들이 정리한 이론을 토대로 과학기술 분야의 실무적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기술 관료들, 세 번째는 기술자 집단인 장인 계층이다. 조선왕조의 정책적 측면에서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부류의 인재들을 교육?육성하는 방안과 세 번째 부류의 노동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용하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였을 것이다. 4장 “세종시대 과학기술의 성취”에서는 세종대 과학기술의 성취를 천문역산학, 지도?지리학, 의학, 농업기상학, 금속활자 인쇄술, 군사기술, 도량형 등의 영역을 중심으로 살핀다. 과학기술의 개별 분야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성과들이 ‘집권체제의 재편’과 ‘유교적 예악문물의 정비’라는 국정 운영의 목표와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한다. 5장 “세종시대 과학 지식의 재구성”에서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산출된 주요 서적을 중심으로 ‘과학지식의 재구성’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분석한다. 세종대 과학기술의 발전은 두 계통의 지식을 통합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하나는 고려후기 이래로 축적되어온 과학기술 지식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을 통해 유입된 과학기술 지식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서적의 수집과 탐구, 이를 통한 지식의 체계화 과정이 필수적이었고, 또한 집현전 등의 기관에서 행한 고제(古制) 연구를 밑바탕 삼아 각 분야의 관련 지식을 계통적으로 정리하는 한편,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한 과학 지식의 재구성이 서적의 편찬으로 체계화되어 이른바 ‘교범’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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