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한다는 것
About this Book
“우리는 모두 타고난 이야기꾼이야”
세상을 이해하고 나를 만들어 가는 스토리텔링의 힘
가히 이야기 혁명의 시대라 할 만큼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스토리텔링은 재주가 있는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일일까? 『이야기한다는 것』의 저자 이명석 선생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내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한다는 것』은 이야기가 탄생한 순간부터 만화나 게임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는 과정과 스토리텔링의 방법을 살펴보며, 이야기가 지닌 놀라운 힘과 우리의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을 발견하게 해 준다. 나아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며 당당히 자신을 만들 수 있는 힘을 키워 준다.
이명석 선생은 20년 이상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TV 드라마 등 이야기 예술을 다루는 일을 해 왔다. 바로 이런 것이 스토리텔링이라고 보여 주듯이 이 책 자체가 한 편의 모험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전작 『논다는 것』에서 ‘노는 게 너무 좋아 삼촌’이었던 저자는 이 책에서는 ‘이야기 참 재밌네 삼촌’으로 등장한다. 타임머신 기능이 있는 ‘러버덕 배’에 독자들을 태워 이야기가 탄생하던 순간으로 데려가고, 이야기 탐험선 ‘꽥뿅 1호’을 이용하여 다양한 장르로 변신하는 이야기의 역사를 추적한다. 대왕 문어는 이야기의 기능과 역할을 맛깔스럽게 안내하며, 스토리 웡카는 ‘이야기 공장’에서 사용하는 스토리텔링의 구체적인 비법을 소개한다.
옛이야기, 소설, 영화, 만화 등 널리 알려진 작품들을 비롯해 본인의 경험담까지 다양한 예시와 맛깔스러운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의 놀라운 힘과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자신감을 자연스레 얻게 될 것이다.
스토리텔링이라고 해서 거창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가수의 콘서트에 가기 위해 엄마를 설득할 때 이야기를 활용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청소년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산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미래를 스토리텔링하는 것임을 깨닫고, “내 미래의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기를 바란다. 십대를 위한 인문학,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의 열네 번째 책이다.
우리는 왜 이야기에 열광할까?
이야기는 수만 년에 걸친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신화, 연극, 소설, 영화, 만화, 게임 등 다양한 장르로 놀라운 변신을 거듭해 왔다. 이야기에는 어떤 힘이 있기에 사람들이 이렇게 매료되었을까? 이야기의 여러 가지 기능에 대해 소개하는 「이야기는 무슨 일을 하나?」 챕터에서 그 비밀을 알 수 있다.
우선, 이야기는 만능의 마법사이다. 이야기 속에서는 금지된 일도 할 수 있다. 갑갑한 현실에서 탈출시켜 주는 것이다. 작고 약한 주인공이 용감하게 모험에 나서고 노력하면 보상받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만족감을 느끼고 현실에 돌아와서도 능숙하게 세상에 맞설 수 있다. 또한 이야기는 인류가 빚어 온 지혜와 교훈을 전해 준다. 드라마 「닥터 후」를 좋아해서 로봇 엔지니어의 꿈을 얻게 된 아이의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이야기에는 지식도 들어 있다. 「눈의 여왕」이나 「인사이드 아웃」이 잘 보여 주듯이 다양한 감정을 다루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특히 중요한 기능이 있다. 이야기를 통해서 문제의 갈림길에서 선택하고 성장하는 경험을 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지만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인생을 살아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어 공주와 함께 고민해. 그의 선택에 찬성하기도 하고 반대도 해. 그러면서 우리가 진짜 삶에서 만날 고민들을 연습하는 거야. 만약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행복과 나의 행복이 일치하지 않으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이런 고민들을 하다 보면 우리의 마음이 성장하는 거야.”(71쪽)
또한 이야기는 국경과 언어,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사람들을 연결해 준다. 데이트를 할 때 왜 영화를 같이 볼까? 영화를 같이 보는 건, 두 사람이 함께 그 영화 속 인생을 체험하는 것과 비슷하다. 같은 사건을 경험하고 비슷한 감정을 겪으면서, 둘 사이에도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이처럼 같은 이야기를 보고 들음으로써 서로를 연결하고,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사이에는 끈끈한 공감대가 만들어진다.
“이야기는 이렇게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물을 길어 쓰는 우물 같은 게 되는 거야. 아무리 물을 퍼도 절대 줄지 않지.”(80쪽)
손가락으로 쉽게 배우는 스토리텔링의 비법
이야기를 즐기는 것은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누구나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떨까? 「이야기 공장과 스토리텔링 비법」 챕터에서는 구체적인 스토리텔링의 비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프리츠 하이더와 마리아네 지멜이 만든 짧은 동영상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네모 칸 안에서 삼각형 두 개와 동그라미 하나가 움직이는 영화인데, 이걸 본 사람들 대부분은 “삼각형 둘이 동그라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다투고 있어요.” 등 아무 의미 없는 무생물의 움직임을 이야기로 변신시켜서 이해한다.
왜 그럴까? 뇌에 있는 거울 신경 세포 때문이다. 우리가 직접 어떤 일을 하지 않고 남이 하는 것만 보거나 들어도, 내 뇌가 마치 그 일을 하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이런 뇌의 반응 덕분에 우리는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이런 능력이 발전하면 이야기를 알아듣고 즐기는 능력이 된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해하는 회로가 생긴다면,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만드는 회로로 바꿀 수 있다.
저자는 어릴 때 누나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즉흥적으로 지어낸 ‘파닥새 이야기’를 들려주며, 스토리텔링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보여 준다. 그래도 막연하다면? 특급 이야기 조립법 ‘다섯 손가락의 비법’에 따라 이야기를 만들어 보면 된다. 엄지는 주인공, 검지는 배경, 중지는 문제, 약지는 사건, 마지막 새끼손가락(소지)은 주제와 결말이다. 손가락을 사용하여 뼈대를 만든 뒤에, 블록을 조립해서 자동차나 공룡을 만들 듯이 아기자기하게 살을 붙이면 이야기가 완성된다. 저자가 『홍길동전』을 예로 들어 소개하는 세부적인 비법에 귀 기울이고 주의할 사항을 염두에 둔다면, 나도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작은 자서전 퍼스널 내러티브, 내 미래의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의 역사와 의미를 알았다면, 이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소중한 이야기를 찾아내야 할 때다. 바로 자신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친구들에게 ‘비둘기 키우던 아이’로 기억된 자신의 사례를 들려주며, 삶에서 이야기가 왜 소중한지 설명한다.
“생각해 봐. 무엇이 10년, 20년 뒤의 나를 만들어 낼까? 내가 얻은 성적표, 졸업한 학교, 돈을 벌게 된 직업……. 그래, 모두 다 미래의 나를 빚어내는 데 조금씩 힘을 보탤 거야. 그러나 다른 무언가가 필요해. 진짜 나를 만들어 내는 건 내가 겪은 ‘이야기’들이야. 일상의 나날과는 조금 다른 순간들, 특별한 감정을 일깨운 사건들. 그런 것들이 나를 키우고 나를 만들어 내. (…) 수업 시간에 배운 건 다 잊어먹었지만, 비둘기에 얽힌 이야기들은 생생히 머릿속에 남아 있어. 나는 이런 이야기들을 하나씩 쌓아 가며 자라나게 된 거야.”(127~128쪽)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는 것, 즉 일종의 작은 자서전인 ‘퍼스널 내러티브(Personal Narrative)’를 해 보는 것은 자기 소개서 작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친구들과 모여 앉아 자신의 ‘흉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몸의 흉터에서 시작하여 마음의 흉터를 꺼내 보는 것이다. 내가 정말 힘들었을 때, 서러웠을 때, 분했을 때…… 하나씩 꺼내다 보면 자신의 작은 몸과 마음에도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청소년기는 인생이라는 기나긴 이야기에서 아직 ‘발단’밖에 지나오지 않은 시기이다. 지금까지 겪은 이야기보다 이제부터 만날 이야기가 훨씬 많은 것이다. 저자는 내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지 그동안 배운 스토리텔링의 비법에 적용해 보자고 제안한다. 나라는 주인공은 어떤 성격과 능력을 지니고 있을까? 나라는 주인공이 이야기를 펼쳐 갈 무대는? 나라는 주인공이 마주치게 될 문제는? 그건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선택의 순간이 닥치면 나는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을까? 스토리텔링을 이용하여 질문을 던지다 보면, 막연했던 꿈과 미래에 대한 설계가 구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 열네 번째 책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는 십대 청소년들과 삶을 구성하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나누고,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계를 스스로 구성하는 데 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되었다.
첫 번째 책 『생각한다는 것』은 ‘2009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저작발굴 및 출판지원사업 당선작’으로,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책따세)’의 2010 여름방학 추천도서에 선정되었으며, 2012년 구미시 한도시 한책 운동 선정도서에 이어 2014년 서울도서관 한 도서관 한 책 올해의 한 책, 2017년 책읽는청주 대표도서로 선정되었다. 이어 출간된 『탐구한다는 것』 역시 호응을 받으며,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10 제7차 청소년에게 좋은 책’ ‘2010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2011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뽑은 어린이 청소년 책’, 경기도 교육청, 서울시 교육청 추천도서에 선정되었다. 『기록한다는 것』 『읽는다는 것』(2011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느낀다는 것』 『믿는다는 것』 『논다는 것』(2013 경기도 교육청 서울시 교육청 추천도서) 『본다는 것』 역시 꾸준한 호응을 받은 바 있으며. 『잘 산다는 것』(2014 책따세 여름방학 추천도서) 『사람답게 산다는 것』 『그린다는 것』 『관찰한다는 것』 『말한다는 것』에 이어 『이야기한다는 것』을 펴냈다.
생각, 탐구, 기록, 느낌, 읽기, 믿음과 놀이, 본다는 것, 경제, 인권, 그림, 관찰, 언어와 소통 등의 말에 담긴 의미를, 먼저 공부하고 배운 대로 살고 있는 저자들에게 묻고 십대들과 나누자고 했다. 학문 분야로 말하면 과학, 예술비평, 역사, 인권, 고전평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 이야기이자 과학자, 역사가, 시민운동가, 평론가, 화가, 언어학자 등으로 살아온 흥미진진한 삶의 이야기들을 아이들과 나누는 명실상부한 열린 교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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