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시선

정철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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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의 한시를 통해 본 우리 문학의 범주는?

문화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우리 문학은 의식과 표기상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이른바 한 문화의 밀물과 열강의 간섭에도 민족문화의 고유성을 유지해 온 저력은 교린과 빈공의 진출로 중국과 함께 한 문화를 공유하는 일면, 고유문화의 계승에 슬기로웠던 우리의 민족성 때문이었다. 이는 한자의 음과 훈을 가차한 향찰·이두의 창제와 자주·민주·문화를 표방한 정음의 창제로 두드러졌다. 그러나 정음이 한자 혹은 한문학을 대신하기에는 너무나 오랜 전통과 인습에 무젖어, 정음 반포 이후에도 국·한문학이 공존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 선민의 어문 생활 역시 이중구조적 특질 아래에서 실행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초부터 비롯된 우리 어문학 연구는, 물론 일제 치하라는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어국문학이란 국수적 개념에 함몰되어 국문자로 쓰인 것만 국문학으로 치부하는가 하면, 그것만이 애국하는 민족 과업으로 인식되었고 진행되어 왔다. 비록 한자로 기술된 문예물이라도 우리 문학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고 주창하던 선각자들도 예의 지사적 시대 조류에 편승해 수많은 한문학 유산은 동일 작가의 것일지라도 논외로 방기해 왔던 것이다. 송강 정철의 문학 연구가 그 대표적인 예다.

국문 시가의 독보

그의 한시가 장·단가에 비해 격이 낮다고도 하고, 전수에 미치지 못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 장·단가의 모태가 한시요, 그 시격은 ‘준영·고매’하며, ‘당나라 태종 연간의 여러 작가들과 나란하다’ 했다. 뿐만 아니라, ‘시어마다 날아 움직이는 듯하고, 뜻밖의 시취가 있다’고 기린 점 등은 주목을 요하는 바 있다. 더구나 그의 한시가 굴원과 두보의 ‘사미인’과, ‘시어 한 자도 임금을 잊지 아니한다’는 우시연군의 정한을 이었고,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비롯한 전원시풍을 받아들였는가 하면, 이백의 호방함과 취선의 풍모를 이어받았고, 수월을 더불어 노래한 소식의 풍류로 작시상의 환골은 물론, 시풍의 영향을 천착하지 않고는 완벽한 문학 연구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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