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에서 온 소녀
About this Book
지금부터 70여 년 전 지금은 북한 땅이 되어버린 경기도 개성에 양 갈래머리를 쫑쫑 땋은 7살짜리 소녀가 있었습니다. 버즘나무가 일렬로 늘어선 등하굣길을 좋아했고, 주말이면 개성의 온 시내를 쏘다니며 놀았던 그 소녀는 아름다운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고,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가수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6·25전쟁은 그 소녀의 모든 것을 빼앗아서, 아무것도 없이 낯선 땅에 남겨진 가족들의 꼬마 엄마가 되어 살아남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 소설은 그 소녀가 7살에 행복하게 살던 개성에서 피난을 나와 낯선 도시에 정착해서 성인이 될 때까지를 그린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어디서 들은 듯한 이야기도 있고, 나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그 시절에는 많은 맏딸들이 때론 한스럽고 억울하고 고통스러워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가족을 지켰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풍족한 시대가 열릴 수 있었고, 우리가 이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소설의 독자들을 비롯하여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그 시절 수많은 ‘민자’들이 이겨낸 질곡 된 삶의 선물이자 보상입니다. 여러분 하나하나가 그 ‘민자’들이 지키고 싶었던 소중한 보석들입니다. 미처 우리 앞 세대가 어떠한 일을 겪었는지 알지
못했던 독자들도 이 소설을 통해 조금이나마 간접적인 경험을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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