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애를 못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인문학 탓이야
About this Book
‘인문학협동조합’이란?
인문학으로 이 사회와 동료 인간들에게 기여하고, 조합 안의 인간들이 조금이라도 나은 ‘경제’와 ‘마음’을 누리게끔 하는 협동체다. 2013년 8월 31일 창립총회를 마쳤고 같은 해 10월에 정식 법인이 되었다. 삶과 연구 양면에서 조합원의 협동과 나눔의 장을 마련하고, 신자유주의 대학체제에 대한 성찰과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책은 인문학협동조합이 첫 번째로 기획한 책이다.
연애를 성찰해야 할 시간
적어도 젊은 세대에게는 ‘연애’가 가장 많이, 그리고 진지하게 이야기되는 화제다. 연인도, 솔로도, 썸남썸녀도 누구나 연애를 의식하며, 연애를 잘하기 위해 고민한다. 물론 예전부터 연애는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였지만, 지금처럼 사회적 압박이 될 만큼 의미 부여가 된 적은 없었다. 이러한 이상異狀 열기는 분명 2000년대 이후부터 심해진 면이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현재 유통되는 연애담론의 논리 구조상 공통점이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누구나 연애를 원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렇게 연애를 당연시하는 풍조를 ‘연애지상주의’라 부른다면, 그 ‘주의主義’ 곧 이데올로기가 양산해내는 특유의 현상, 또는 폭력적인 사태들이 있을 법하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한국사회에서 지금껏 거의 성찰되지 않고 그러려니 지나쳐왔다.
이 책의 필자 다섯 명은 우리 시대의 다양한 연애 풍경들을 짚어보면서, 관계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연애를 성찰해본다. 가히 ‘연애담론의 홍수’라고 할 만한 시대, 연애는 갈망되는 한편 강박되고 있다. 이러한 연애담론의 부상에는 어떤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조건에서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 걸까? 이 책은 오늘날 단순한 감정 이상이 되어버린 ‘연애’라는 관계의 형식을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연애지상주의가 만연하게 된 사회적 상황을 분석하며 어떻게 연애해야 할지 궁구하는가 하면(정지민), ‘썸’이나 ‘섹드립’ 현상의 내면을 살펴보며 사랑의 정체를 가늠해보기도 한다(임세화). 또 “사랑을 재발명”하고 있는 ‘오타쿠’들의 사랑에 주목해 새로운 차원의 연애가 가능한지 모색한다(신현아). 이들은 모두 오늘날 생생한 연애의 현장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아 논의를 펼쳐나간다. 다른 한편으로 과거의 사랑들을 소환해 현재를 더욱 깊이 의미화하기도 한다. 1960, 70년대의 잡지 텍스트를 중심으로 사랑의 양상과 그 장소들이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 살피고(김만석), 식민지기 주류적 사랑의 대안이었던 ‘붉은 연애’ 개념을 전용해 오늘날 한국사회 소수자들의 연애를 옹호한다(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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