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
About this Book
2022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 회고록
프랑스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아니 에르노의 회고록이 출간되었다. 아니 에르노는 <다섯 살부터 열 살까지 쭉, 그리고 루앙에서 공부하던 시기에는 들쑥날쑥, 그러고도 스물네 살까지 살았던> 노르망디 지방의 소도시 이브토로 돌아가, 자신의 삶과 작품을 돌이켜 보며 이 책 『아니 에르노』를 집필했다. 2013년에 초판이 발행된 이후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을 기념하여 몇 가지 기록을 더한 개정판으로, 국내에서는 첫 선을 보이는 작품이다. 그가 다시 이브토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에르노의 존재가 시작된 곳,
이브토에서 글 쓰는 삶을 말하다.
「제 욕망과 제 꿈과 제가 겪은 수모로 채워진 영토죠.」_본문 중에서
이브토는 저자의 작품에 자주 언급되는데, 때때로 명명되지 않은 채 등장하기도 한다. 특히 초기의 세 작품이 그러하며, 『빈 옷장』에서는 이브토 주민들과 그곳에 발을 들였던 사람들만이 <클로파르가>라는 명칭 뒤에서 <클로데파르가>를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또『남자의 자리』와 『부끄러움』에서는 〈Y〉라는 머리글자로만 그 존재를 드러냈을 뿐이다. 그 이후에 발표된 소설 『한 여자』, 『탐닉』, 『세월』에서는 직접적으로 지명을 밝히고 있다. 에세이 『다른 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이브토는 아니 에르노의 작품 세계 속에서 본원적 자리를 차지해 왔다. 식료품점 겸 카페를 운영한 부모에게서 받은 영향, 자신의 출신으로부터 비롯된 수치, 교육을 받고 책을 접하면서 맞이한 변화, 계급 종단자(출신 계급에서 이탈하여 다른 계급으로 옮겨 간 사람)로서 겪는 이중의 경험 등은 결국 아니 에르노가 <무엇을> <어떻게> 써나가야 할지 깨닫게 된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내부로부터의 이민자인 제가,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처음부터 저는 한쪽에 자리한 문학적 언어, 배우고 사랑했던 그 언어, 그리고 다른 한쪽에 자리한 출신 언어, 집에서 부모가 사용하는 언어, 피지배자들의 언어, 그 뒤 제가 부끄럽게 여기지만 여전히 제 안에 남아 있을 언어, 이 두 언어 사이의 긴장 속에, 심지어 찢김 속에 잡혀 있었습니다. 결국, 문제는 이거죠. 글을 쓰면서 어떻게 나의 출신 세계를 배반하지 않을 것인가?」_본문 중에서
아니 에르노와 오랜 인연을 맺으며 그를 연구해 온 학자 마르그리트 코르니에는 아니 에르노와 이브토의 관계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가족의 행복, 꿈, 끝없는 독서의 장소이자 또한 비밀과 수모의 장소, 한마디로 인격의 구축과 작가의 소명이 일어나는 장소다. 그리하여 이브토는 작가의 기억과 상상 속에 동시에 새겨진다. 왜냐하면 작가가 언급하는 도시는 과거에 속하기 때문이고, 또한 언어로 표현되면서 문학적인 동시에 살아 있는 장소가, 사회적 환경과 시대의 전형이 된 개별적 운명들의 영토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차별과 불공정을 목격하고 부유한 자들의 동정과 계급적 멸시를 체험한 어린 시절부터 객관적이고 절제된 문체를 구사하는 독보적인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나서까지 이어지는 이브토에서의 궤적을 통해, 아니 에르노가 지닌 딜레마와 열망, 그리고 애착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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