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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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틈에 피어난 들꽃에서
마흔 이후의 삶을 위한 이정표를 찾다
“몸이 전하는 수고스러움을 견디며 그저 두 발을 내딛는다”
흔히 생을 마감하는 순간이면 일생 동안 겪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뇌리를 스쳐간다고 한다. 그 후에 ‘나’라는 존재는 어느 가수의 노래처럼 먼지가 되는지, 이집트의 신화처럼 육체를 벗어난 영혼으로서 긴 여행을 떠나는지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마침표를 찍는 그 순간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생은 살아있음 그 자체로 더욱 소중해진다. 그런데 가장 최후의 순간이 아니더라도 인생에는 각 시기마다 꽃이 피었다가 지는 일종의 작은 죽음들이 찾아온다. 유년 시절의 끝 무렵, 놀이터에서 마지막으로 그네를 타던 날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은 분명 존재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우리는 점점 인생에 찾아오는 작은 죽음들을 분명하게 의식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성년이 되고 30살을 지나면서 슬슬 ‘나이’를 자각하다가 마흔에 이르게 되면 비로소 지나온 시간을 두고 ‘세월’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한 소회에 젖는다. 마흔 이후를 두고 인생 2막, 인생 후반전 등으로 표현하는 이유도 ‘마흔’이라는 나이가 다른 분기점과는 다른 특별한 감흥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에세이 『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가 주목하는 것 역시 마흔 이후의 삶이다. 27년 차 방송기자인 저자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한과 추억이 뒤섞인 복잡한 마음을 풀어내고 스스로를 달래어 새롭게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걷기’라는 행위를 선택했다. 저자에게 걷는다는 것은 “몸이 전하는 수고스러움을 견디며 그저 두 발을 내딛기만 하면 되는” 아주 단순한 일이며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일이자 자신을 내려놓는 연습”이기도 하다. 그러니 목적지는 어디라도 좋고 가는 그 길이 굳이 지름길이 아니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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