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찬란한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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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국의 유능한 신예 PD, 고은석. 동안의 곱상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촌철살인으로 현장을 엄격하게 휘두르는 그녀의 비밀은, 현재 충무로의 대세남이자 잘나가는 배우, 정해준의 열혈팬이라는 것! 그런데 바로 그 정해준과 같은 드라마를 찍게 되었다! 팬심에 쫓아간 대만 팬미팅에서 그와 다정히 사진까지 찍었는데, 오빠라고 부르며 매달리기까지 했는데, 설마 날 기억하는 건 아니겠지? 감독과 팬의 경계에서 한 가닥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은석은 자꾸만 흔들리는데……. “이 인간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 앞에서 떡하니 잠들다니 너무 무방비한 거 아냐? 내가 손만 까딱해 줘도 꺅꺅하며 밤잠 설치는 순진무구 소녀 팬인 줄 아나.” 날렵한 턱 선과 이목구비,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귀의 생김새까지, 잠든 해준을 눈으로 훑던 은석이 몸을 일으키며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발가락부터 쪽쪽 빨아서 홀랑 먹어 버리고 싶다, 진짜.” 가만, 이 기회를 놓쳐서야 말이 되지 않겠지. 한 번만. 딱 한 번만. 그녀가 쪽, 하는 소리조차 나지 않게 살포시 그의 볼에 입술을 대었다. 그리고 작게 속삭였다. “다음부터는 겁도 없이 이렇게 아무 데서나 자면 안 돼요. 팬들 무서운 줄 알아야지.” 홍당무처럼 달아오른 얼굴을 한 은석이 방을 나섰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깨어 있던 해준의 귓속에 은석의 말들이 메아리쳤다. 무방비. 발가락부터 쪽쪽 빨아…… 겁도 없이, 라니. 나한테 사적인 관심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으면서. ……입술이겠지? 뺨에 닿은 감촉이 남긴 열기가 심장에 닿아 뜨겁게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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