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명은 비밀입니다

채널명은 비밀입니다

About this Book

“엄마는 두 세계를 산다.

무엇이 엄마의 진짜 세계인지 나는 종종 헷갈린다.”

『우주로 가는 계단』 전수경 첫 청소년 장편소설

세계를 뛰어넘는 용기와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

 

 

『우주로 가는 계단』으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과 한국출판문화상을 받고 『별빛 전사 소은하』와 『무스키』 등을 펴내며 어린이 독자의 폭넓은 사랑을 받은 전수경 작가의 첫 청소년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채널명은 비밀입니다』(창비청소년문학 129)는 집에서 은둔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TV 속으로 사라진 엄마를 찾아 나서는 딸의 이야기다. TV를 통해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로 이동하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 볼 수 있다는 독특한 평행우주 설정이 눈길을 사로잡는 가운데, 가족과 친구의 비밀을 이해하는 과정이 뭉클하게 펼쳐진다.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인물의 남모를 슬픔이 섬세하게 드러나고, 다른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환대를 받으며 일어서는 모습이 그려지며 읽는 이들에게 담담한 용기와 위로를 전한다. ‘평범한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는, 지친 마음을 쓰다듬는 경쾌하면서도 따스한 시선이 빛나는 작품이다.

 

★ 전수경이라는 유쾌한 우주로 기꺼이 독자들을 초대한다. 이현(소설가)

 

★ 서로의 세계를 오가는 과정에서 나의 세계를 더 정확히 사랑할 수 있음을 이 소설에서 배웠다.

강수환(평론가)

 

★ 타인의 생소한 면을 들여다보고 끌어안게 만드는, 뭉클한 진실을 전하는 소설. 김영희(교사)

 

엄마가 나타났다, TV 속에서

어느 날 희진이 맞닥뜨린 기상천외한 사건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모범생 주인공 희진. 희진은 바깥세상과 단절되어 집에 틀어박힌 채 TV만 보는 엄마가 답답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한밤중 잠에서 깬 희진은 거실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발견한다. TV에 이상한 검은 점 하나가 생기더니 덩어리가 되어 화면을 뚫고 나온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한 희진은 TV에서 나온 사람이 다름 아닌 자신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을 본 희진은 엄마에게 해명을 요구한다. 어떻게 된 일인지, 어떻게 TV에서 나올 수 있는지 묻는 희진에게 엄마는 뜻밖의 대답을 한다.

 

“희진아, 엄마는…….”

어색한 대치 상황이 이어지다 엄마가 결심한 듯 말했다.

(…)

“회사원이야!”

“풉.”

의외의 대답에 긴장이 확 풀리면서 헛웃음이 터졌다. (27면)

 

은둔 생활을 하던 엄마가 회사원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희진에게 엄마는 자세한 설명을 덧붙인다. 히키코모리인 줄 알았던 엄마가 실은 TV를 통해 평행우주를 오가는 특수 임무 요원이었다는 사실을 희진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희진은 놀라운 일을 하는 엄마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한편, 자기 몰래 일을 해 온 엄마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TV만 보는 엄마가 못마땅했던 희진과 TV를 통해 이중생활을 해 온 엄마. 둘의 관계는 평탄하게 이어질 수 있을까?

 

 

미처 알지 못했던 가족의 낯선 모습

타인의 다른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

 

몸이 안 좋아 학교를 조퇴하고 일찍 집에 온 날, 희진은 엄마가 집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엄마가 TV를 통해 다른 세계로 갔음을 직감한 희진은 근무 시간이 아닌 때에 다른 세계로 떠난 엄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엄마를 구하기 위해 TV 속으로 뛰어든다.

 

나는 더 이상 엄마를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적당한 때 엄마를 따라 들어가 비밀을 직접 알아내기로 마음먹었다. (…) 엄마는 연약한 사람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다. 지긋지긋한 엄마라 해도 지켜야 한다. 이 세계에서 엄마를 구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 (67~68면)

 

다른 세계의 엄마를 몰래 미행하던 희진은 날아다니듯 길거리를 유유히 걷는 엄마의 낯선 모습을 보고 당황한다. 우울하고 소극적이었던 평소와 딴판으로 쾌활하고 외향적인 엄마의 발걸음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로 닿는데……. 엄마에게는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

소설은 미처 알지 못했던 엄마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딸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 낸다. 엄마의 유일한 세계가 자신이었다고 생각한 딸에게 엄마의 새로운 모습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하지만 결국 엄마와 딸이 서로를 이해하며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장면이 감동적으로 펼쳐지며 서툴고 어려운 가족 관계에서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사랑의 가치를 전한다.

한편 비밀을 감추고 있는 이는 엄마만이 아닌 듯하다. 갑자기 나타난 전학생 소미는 희진에게 친구 윤아의 마음을 잘 살피라는 엉뚱한 소리를 한다. 윤아가 힘들어 보인다는 소미의 말에 희진은 지극히 무난하고 평범한 윤아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꺼림칙한 느낌을 받는다. 늘 명랑하고 쾌활해 보였던 윤아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희진은 엄마의 비밀에 접근했듯 윤아에게도 더 가까이 다가서려 노력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포근하게 안아 주는 세계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전하는 힘찬 응원

 

“한번 정해진 궤도에서 이탈한 사람이 뭔가를 시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 우리 세계는 그런 사람에게 너무 가혹해. 그 세계는 그렇지 않아. 엄마처럼 아무것도 아닌 사람도 환영해 줘. 온 세계가 나를 안아 주는 느낌이야.” (129면)

 

마냥 밝고 친절한 모습, 혹은 자포자기한 채 무너져 있는 모습 등 우리 눈에 드러난 겉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일까? 엄마와 딸, 절친한 친구 같은 이름이 때로는 부담이 되어 서로에게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건 아닐까?

『채널명은 비밀입니다』에는 남모를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 나온다. 삶의 한순간에 좌절해 집에만 틀어박힌 채 지내는 엄마, 겉으로는 활발해 보이지만 마음속은 복잡한 윤아 등 힘든 시기를 겪는 인물들이다.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한번 무너진 사람들이 다시 일어나 발걸음을 떼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한다. 그리고 평행우주 설정을 통해 삶이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가는 과정임을 보여 주며 다시 시작할 단단한 용기를 건넨다. 평범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채널명은 비밀입니다』는 맑고 환한 희망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다가갈 것이다.

 

 

▶ 줄거리

 

고등학생 희진은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희진은 히키코모리처럼 집에 틀어박힌 채 TV만 보는 엄마가 답답하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TV에 말 그대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걸’ 보게 된 희진.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모습을 목격한 희진은 엄마의 정체를 파헤치고,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되는데…….

 

▶ 추천사 전문

 

전수경이라는 우주. 어느덧 그렇게 이름 붙여도 좋을 것 같다. 전수경의 인물들은 자라고 있다. 『우주로 가는 계단』에서 비극적으로 떠나보낸 가족을 그리워하다 다른 우주로의 가능성을 알게 되며 위로받던 어린 지수는 어느덧, 서슴없이 일어나 다른 우주로 몸을 던지는 희진으로 자라났다. 친구들의 위로 속에 상처를 회복하던 지수가, 거침없는 결단으로 친구의 목숨을 구하는 희진으로 자란 것이다. 가족들과의 이별을 받아들이며 성장한 지수는 이제 ‘엄마를 기꺼이 그 세계로 보내 줄 것’이라고 선언하는 딸로, 연대하는 여성으로 우뚝 서 있다. 희진은, 전수경의 문학은 ‘나는 누구의 세계나 딸이 아닌 오롯한 자기 자신이며, 언젠가는 엄마를 떠나 나만의 세계로 힘써 날아갈 것’이라고 말하는 선언이며 연대다. 하물며 유쾌하다! 전수경이라는 유쾌한 우주로 기꺼이 독자들을 초대한다.

―이현(소설가)

 

채널들이 무수히 난립하는 TV 속의 멀티버스 세계. 현실에 싫증을 느낄수록 스크린 너머 세계는 나를 더 끌어당긴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TV 채널 속으로 들어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전수경이 펼쳐 낸 매혹적인 평행우주를 여행하다 보면 문득 이곳에서 길을 잃고 인물들과 머물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아무리 채널을 돌려도 사랑하는 것만으로 채워진 세계는 나오지 않는다. 종종 견디기 힘들 때도 있다. 그래서 가끔은 다른 세계를 미워하고 문을 걸어 잠그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서로의 세계를 오가는 과정에서 나의 세계를 더 정확히 사랑할 수 있음을 이 소설에서 배웠다.

―강수환(평론가)

 

희진은 위태로운 이중생활을 이어 가는 엄마를 구하려 멀티버스 단말기에 뛰어든다. 자신만이 엄마를 구할 수 있다는 절박한 인식이 그의 용기를 추동한다. 하지만 여정을 거치며 그가 얻은 깨달음은 자신의 확신과 책임감이 오히려 엄마를 구원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역설적 사실이다. 멀티버스의 체험은 희진에게 나는 엄마에게, 엄마는 나에게 유일한 세계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한다.

소중한 관계일수록 내가 발견하지 못한 상대의 새로운 모습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 소설은 멀티버스 여행자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활용하여 마치 ‘다른 세계를 사는 듯’ 생소한 타인의 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동시에 그 다양함을 끌어안는 자세야말로 상대를 위한 최고의 축복이라는 뭉클한 진실을 전한다.

―김영희(교사)

 

 

▶ 저자 소개

 

전수경

익숙하고 친밀한 것을 새롭게 보고 싶어 한다. 서울대학교에서 농가정학을, 춘천교대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했다. 동화 『우주로 가는 계단』 『별빛 전사 소은하』 『아빠랑 안 맞아!』 『무스키』, 청소년소설 『성장의 프리즘』(공저)을 썼고, 그림책 『난 곤충이 좋아』를 우리말로 옮겼다.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제60회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았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어느 날 텔레비전이나 컴퓨터가 낯선 빛을 내며 흔들린다면, 나는 기꺼이 그 안으로 뛰어들겠다. 그 빛이 아무리 희미하고 근거가 빈약해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열린 길을 왜 마다하는가.

당신도 나와 함께 뛰어들었으면 좋겠다. 그 길 끝에 우리는 처음과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영원한 비밀은 없다. 비밀은 저마다 기한이 있고, 적당한 순간 드러난다. 그 밤이 그런 때였다. ―9면

 

엄마는 두 세계를 산다. 텔레비전 안과 밖. 둘 중 어느 곳이 엄마의 진짜 세계인지, 나는 종종 헷갈린다. ―13면

 

엄마의 진짜 세계는 텔레비전 안이다. 거기에 엄마가 만나는 사람과 좋아하는 장소, 모든 것이 들어 있다. ―18면

 

엄마에게는 절대 안 되는 일이나, 딸에게는 기필코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딸은 언제든 엄마를 배반할 수 있고, 결정적인 순간 엄마를 이긴다. ―68면

 

“숨기는 데엔 이유가 있을 거야. 알려 주실 때까지 기다려. 네가 모든 걸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부모와 자식 간에도 비밀이 필요해.” ―80면

 

내 시작이 거부되는 건 내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것과 같았고, 인생 전체가 또렷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진실이 무엇이든 듣고 싶었다. 아는 순간 실망하거나 감당하기 어렵다 해도 진실을 마주하고 싶었다. ―105면

 

“한번 정해진 궤도에서 이탈한 사람이 뭔가를 시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 우리 세계는 그런 사람에게 너무 가혹해. 그 세계는 그렇지 않아. 엄마처럼 아무것도 아닌 사람도 환영해 줘. 온 세계가 나를 안아 주는 느낌이야. 거기선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걷기만 해도 자유로워 눈물이 날 때가 있어.” ―129면

 

나는 사실 엄마에게 의지했고 엄마 때문에 살았다. 나에게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거실에 머무는 엄마가 필요했다. 엄마는 흔들리는 나를 잡아 주는 든든한 닻이었던 거다. ―136면

 

누구도 동시에 둘을 사랑할 수 없다. 유일성이 사라진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둘을 사랑하는 건 어떤 것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164~165면

 

“너는 오직 여기에만 있어. 이 세계에만 존재해. 내가 여기에 돌아오는 이유야. 이 세계는 나에게 가혹하고 매정하지만, 그래서 너무 무섭지만 떠날 수가 없어. 네가 여기에 있으니까. 희진아, 너는 엄마에게 포기할 수 없는 유일한 세계야.” ―165~166면

 

우리는 각자의 세계를 살아가며, 잠시 중요한 세계를 공유할 뿐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 제갈미영의 중요한 세계이자 딸이었던 것에 감사한다. 하지만 나는 누구의 세계나 딸이 아닌 오롯한 나이며, 언젠가는 엄마를 떠나 나만의 세계로 힘써 날아갈 것이다 ―187면

 

 

▶ 차례

 

1부 탐색

2부 입장

3부 귀환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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