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 되기까지 1

연인이 되기까지 1

About this Book

「사람과 사람 사이가 가까워지면, 우정과 사랑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래서 어떤 사랑은, 우정이라는 기형적인 형태로 존재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한동네에서 자란, 현재는 이웃사촌인 오빠 친구, 친구 여동생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가 야, 너로 호칭이 바뀌어버린 준후와 윤하. 누가 보기에도 둘은 사귀는 사이라 오해할 정도로 가깝지만 남녀사이에도 우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고 싶은지 준후와 윤하는 한사코 서로에게 남녀이기를 거부한다. 그러던 어느 날, 명절을 맞아 내려간 고향에서 일대 사건이 터지고야 마는데……. 너무 오랜 시간 함께해온 둘이기에 섣불리 다가설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우정을 지키기 위해 사랑을 외면했던 자신들이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본문 내용 중에서] “준후한테 모닝 키스하러 온 거야?” “쿨럭!”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난 현수는, 석고처럼 얼어붙은 윤하와 사레가 들린 듯 밭은기침을 내뱉는 준후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귓불까지 붉어진 준후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본 그는, 여전히 뒤통수만 보이는 윤하에게 놀리듯 말했다. “오호, 이것 봐라! 게스트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밀월을 즐기다니, 대단한걸.” “누, 누가!” 벌떡 고개를 돌린 윤하가 그를 노려보며 앙칼지게 대꾸했다. “하나는 얼굴 빨개지고, 하나는 말까지 더듬고. 잘한다, 잘해. 하긴, 뭐든 스릴 있는 게 재미있긴 하지.” 느물거리는 현수를 한껏 흘겨본 윤하는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 그만두었다. 지금껏 현수에게 말로 이겨본 기억이 없었다. 그런 강현수와 이른 아침부터 이기지도 못할 말싸움을 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그를 벼르고 있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두고 보자!’ 사람들은 너무 쉽게 다른 사람을 판단해 버리곤 한다. 아니, 너무나도 쉽게 자신들의 직관을 믿어버리곤 한다. ‘정윤하=심플’이라는 공식이 어디에서 근거한 것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윤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뒤끝과는 거리가 먼……. 하지만 일찍이 그녀의 입술을 훔쳐 간 현수에 대해 시시각각 벼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직까지 복수를 감행할 기회가 없었을 뿐, ‘뒤끝’은 여전히 윤하의 가슴속에 도사리고 있었다. 천연덕스럽게 그날의 일을 입술에 올리는 그를 보면서도 모른 척할 수 있었던 건, 언젠가 반드시 그의 뒤통수를 후려치고야 말리라는 야무진 다짐 때문이었다. 그런 현수가 이른 아침부터 다른 것도 아니고, ‘설왕설래(舌往舌來)’를 구실로 사람을 자극하고 있었다. “꿀 바르고 키스했냐?” 윤하가 들고 있는 꿀 병을 힐끔 쳐다본 현수는 주방 안으로 들어섰다. 꿀 병을 든 윤하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냉장고 문을 열고 생수병을 꺼낸 현수는 여전히 벌게진 얼굴을 하고 선 준후를 쳐다보았다. “사춘기 중딩들도 아니고 얼굴까지 벌게져서는.” 생수병 뚜껑을 여는 그의 입가는 웃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밤까지만 해도 윤하와의 사이에 아무런 일도 감정도 없다고 딱 잡아떼던 준후였다. “실없는 소리 그만 해. 윤하 꿀 가지러 온 거야.” 현수는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은 채 생수를 마셨다. 윤하에 대해 일절 관심 없다던 그의 말을 믿을 수 있던 지난밤과 달리, 이 아침엔 붉어진 준후의 귓불만이 미더워 보였다. 차가운 물줄기가 까칠한 목젖을 타고 흘러 넘어갔다. ‘그러면 그렇지.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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