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마둘리나 시선
About this Book
벨라 아흐마둘리나는 1960년대 '새로운 물결'을 타고 등장한 당대 최고의 시인 중 한 사람이다. 그녀는 시 창작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비밀의 언어’를 숨기고 있는 주변의 대상을 찾아내 생명을 부여하고 그것들을 해방시키고, 자신의 침묵을 극복하고자 시를 썼다. 그녀에게 시를 쓰는 일은 진실의 추구임과 동시에 고통이자 방황이다. 아흐마둘리나가 왜 러시아에서 가장 사랑받고 존경받는 시인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시 창작의 어려움
창작은 대부분 생각에서 나온다. 시 창작의 과정은 사유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사유 여행을 하면서 언어와 연애를 한다. 낭만적인 연애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론 그렇지가 않다. 언어는 매우 오만하고 부끄럼을 잘 탄다. 시인은 누구보다도 언어의 오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고통이 크다. 시어는 시인의 명령에 굴복하지 않고, 불러도 잘 대답하지 않고, 찾아 나서면 숨어버린다. 영감으로 가슴에 북받쳐 오른 감정을 표현하고자 할 때도 언어는 고분고분하지 않다. 언어와의 대화에 실패한 시인은 영원히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녀의 시에서 창작의 문제는 시인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묘사된다. <비 이야기>, <침묵>, <오한>, <몽유병자들> 등 많은 시들이 육체적 고통과 질병의 차원으로 전이된 창작의 어려움을 그리고 있다.
환상적인 서정성
아흐마둘리나의 시에는 환상적 서정이 흐른다. 그녀의 시에서는 역사적, 의학적, 물리적 가능성을 초월한 꿈결 같은 상징성을 띤 사건이 일어나고 있고, 억제된 이야기 형식의 환상이 있다. 작품에 나오는 희미한 추억을 바탕으로 한 서정적인 분위기는 현대 생활의 묘사에 그 어떤 신비감을 부여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정의된 정상상태와는 분리된 시인의 존재가 메타포로서 제공된다. 영감이 떠오를 때 시인은 현실을 탈출하여 환상세계로 날아간다. <여기 빗소리 들린다>와 <당신의 집>은 이러한 시인의 세계를 다룬 시들이다. 고독을 느낄 때, 군중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낄 때, 그녀는 사랑의 영감을 찾아 나선다. 사랑과 영감의 공생 관계는 시 <12월>에서 눈사람을 만들며 노는 두 연인의 말에서 잘 설명되고 있다. 아흐마둘리나의 시에는 인간의 행복과 고통과 희망에 대한 미묘한 감정들이 나타나 있다. 그녀의 시는 감정과 분위기의 묘한 음영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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