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물 아래 무화과(Underwater Fig) 외전
About this Book
내 인생에 가장 큰 골칫거리는, 나였다.
고등학교 마지막 학기, 자유로운 생활을 보내던 션은 파티에서 우연히 어떤 남자와 입술을 맞붙이게 된다.
상대는 남보다 못한 이웃, 맥신 로넌. 션이 6살 때부터 미워해왔던 상대다. 그러던 중 그가 자신이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책 『우주 저편의 누군가』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책을 달라는 션의 요구에 맥신은 자신과 시간을 보내면 그 책을 주겠노라 제안한다. 션은 그 제안을 거절하고 싶으나 고개를 끄덕인다. 그 책이 너무 필요하기에, 그만큼 절박해질 수밖에 없기에.
졸업을 앞둔 혼란스러운 시기, 이때가 지나면 각자의 길로 나아가야 할 션과 맥신은 과연 가까워질 수 있을까.
“책, 최대한 빨리 받고 싶잖아. 션.”
더티 블론드인 맥신의 머리칼은 순수한 금발보단 조금 어두웠다. 하지만 볕 아래 서니, 금사(金絲)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양 입꼬리를 올린 채 웃는 얼굴과 파란 눈동자 역시 놀라울 정도로 햇빛과 잘 어울려서, 마치 태양을 위해 태어난 이 같았다.
맥신과 달리, 나는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운 곳으로 뒷걸음질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검은 머리칼과 눈이 더욱 어두워졌다는 건 보지 않아도 뻔했다. 어설프게나마 대답을 받아 든 맥신은 아쉬움 없는 몸짓으로 앞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애가 떠난 자리를 난 가만히 바라보다가 깊게 한숨 쉬었다. 쇠기둥이 반사한 흰 햇살이 내 눈동자를 날카롭게 찔러왔다. 폭력적인 빛에 눈을 감았으나, 얇은 눈꺼풀은 날 보호해주기엔 연약했다.
***
“음, 하아, 션, 션…….”
“흐, 하……. 맥신, 맥신……. 나쁘지 않아? 괜찮아?”
처음 해 보는 걸 겁내는 아이처럼 물었다. 맥신은 짙은 미소를 지으며 내 이마에 맺힌 식은 땀방울을 훔쳐 주었다.
“지나칠 정도로 황홀해. 너무 좋아.”
날 다독여 주는 그 얼굴이 좋아서, 가볍게 키스했다. 말랑한 서로의 입술이 잠깐 눌려 납작해졌다가 제 모양으로 돌아왔고 다시 사정없이 짓눌렸다. 나는 입을 벌려 안으로 거칠게 들어오는 혀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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