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165호(2014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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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특집은 세월호와 군내 폭력 같은 비극적인 사고를 낳은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진단하려는 취지로 구성했다. 사회상에 대한 거시적인 진단과 대안적 이론 모색, 그리고 개별 주제에서의 실천적 지향을 검토하는 창비 특유의 방향성이 어김없이 발휘된 이번 특집으로 총체적 난국에 봉착한 우리 사회의 커다란 과제를 독자들과 함께 논의해보고자 한다. 이번호 대화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 속에 무수한 학생과 시민이 희생당한 세월호참사를 계기로, 기성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삶을 상상하고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역시 연속선상에 있는 논단과 현장에는 우리나라 관료제의 각종 병폐를 진단하고 ‘대수술’을 제안하는 이동걸의 논문이 수록되었다.
문학의 리얼리즘이 갖는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 김성호의 글은 대담한 문제제기를 선보인다. 독창적인 작가이자 사상가인 싸르트르의 소설론을 정리한 윤정임의 글도 일독할 만하다. 제29회 만해문학상, 제32회 신동엽문학상, 2014년 창비신인문학상(시, 소설, 평론) 발표와 수상소감도 만나볼 수 있다.
[특집] 세월호 이후 한국사회 무엇을 바꿀까
이번호 특집은 세월호와 군내 폭력 같은 비극적인 사고를 낳은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진단하려는 취지로 구성했다. 사회상에 대한 거시적인 진단과 대안적 이론 모색, 그리고 개별 주제에서의 실천적 지향을 검토하는 창비 특유의 방향성이 어김없이 발휘된 이번 특집으로 총체적 난국에 봉착한 우리 사회의 커다란 과제를 독자들과 함께 논의해보고자 한다.
[특집1] 김종엽 「‘사회를 말하는 사회’와 분단체제론」은 ‘○○사회’로 표현되는 유행담론들의 성취와 한계를 먼저 짚는다. 그는 분단체제라는 시간지평을 시야에 끌어들일 때 비로소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제약이나 구성원의 퇴영적 행태에 대한 묘사를 넘어 이러한 주객관적 문제와 이를 극복하려는 혁신의 동력 사이에 형성되는 역동적 관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편적인 사회분석론을 비교분석하면서 분단체제론의 함의를 밝힘으로써 ‘다른 세상’으로의 접근방식까지 윤곽화하는 그의 글은 많은 생각거리를 가져다준다.
[특집2] 김엘리 「불확실한 삶에서 움트는 신군사주의」는 분단체제하에서 오랫동안 구조화된 군사주의가 신자유주의
와 만나 단순한 폭력과 억압의 지배방식에서 벗어나 대중의 삶 속에서 자기이익과 부합하며 작동하는 신(新)군사주의로 진화했다고 진단한다. 꼼꼼한 논지전개를 토대로 (신)군사주의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될 수 있을지를 분석하는 한편 탈군사화를 상상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집3] 정연우 「한국언론, 몰락인가 갱생인가」는 세월호사고 보도에서 드러난 한국언론의 문제점과 가능성을 동시에 포착한다. 공영방송과 주류언론이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지, 근래 상당한 주목을 받은 JTBC와 대안언론, SNS 등이 어떤 의의와 한계를 보이는지가 세심하게 분석된다. 아울러 ‘기울어진 운동장’의 전형적 사례라고 할 여론마당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공영방송의 독립성 및 공정성 확보가 여전히 중요한 과제임을 여실히 논증하는 글이다.
[특집4] 유정길 「‘운동권 문화’와 운동하는 삶의 문화」는 기존 ‘운동권’의 사고방식과 실천양식이 시대적 변화 속에서 오히려 변혁에 걸림돌이 되어온 측면을, 평생 다양한 혁신운동에 몸담은 경험을 토대로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그는 이러한 구태와 단절하고, 운동가의 운동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 운동하는 삶의 문화가 뿌리내려야 변화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분노나 적대감, 우월의식이 아니라 행복, 비전, 희망 같은 긍정적 에너지를 운동의 동력으로 삼자는 제안이 긴요하게 다가온다.
‘대화’와 ‘논단과 현장’도 특집의 문제의식을 같이하는 기획이다.
대화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세월호를 넘는 청년들」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 속에 무수한 학생과 시민이 희생당한 세월호참사를 계기로, 기성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삶을 상상하고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박주용(본지 편집자), 김성환(시민운동가), 박가분(학생, 문필가), 조세영(다큐 감독) 등 이삼십대 참석자들이 ‘스펙’ 쌓기와 방황, ‘덕질’의 시간을 지나 현재에 이르게 된 경험과 생각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각자의 영역에서 발견한 우리 사회의 ‘적폐’와 ‘유산’을 논하는 가운데 침몰한 대한민국호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패기있게 이야기한다.
논단과 현장: 이동걸 「대한민국 관료제의 대수술을 제안한다」는 우리나라 관료제가 오래전부터 각종 병폐를 낳아왔고 세월호사고 또한 그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극단적 폐단의 한 사례라는 문제의식으로 출발한다. 필자는 관료제의 문제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날카롭게 파헤치면서 성공적 관료개혁을 위한 기본원칙을 정리한다. 나아가 구체적 개혁방안으로서 현행 직업공무원제 가운데 중상위 직급을 폐지하고 책임공무원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등의 대안을 단호한 어조로 제시한다.
작가조명: 한강 장편 『소년이 온다』
광주민주항쟁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룬 것으로 평가받는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출간한 작가 한강을 동년배의 작가 김연수가 만났다. 공식적인 역사기록에서 화석화되었을지 모를 1980년 광주를 다시 불러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내기까지의 고투와 보람이 진하게 느껴진다. 작가 개인에게도 각별한 기억으로 남은 그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숙연해진다. “꽃 핀 쪽으로” 우리를 이끄는 소년의 처연한 손길이 세월호사건으로 희생된 어린 영혼들을 떠올리면서, 광주가 여전히 “지금 여기의 문제”임을 아프게 상기시킨다.
문학평론
세편의 문학평론은 무거운 사회현안 위주로 가을호가 꾸려진 듯한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김성호 「존재 리얼리즘을 향하여」는 여름호 문학특집의 황정아 글을 품평하면서 총체성 논의를 더 확장하는 한편, 프레드릭 제임슨의 최근 리얼리즘론에 대한 비평적 검토를 통해 ‘존재 리얼리즘’이라는 필자 자신의 입론을 제시하고 그 대표적인 사례로 J. M. 쿳시의 소설을 거론한다. 과감하고 흥미로운 주장을 제시하고 있어 향후 이어질 생산적인 토론이 기대된다. 지난해 봄호부터 계속되는 해외 이론가 탐구는 프랑스의 소설가, 철학자, 비평가, 극작가인 싸르트르로 이어진다.
불문학자 윤정임은 이렇듯 다양한 면모를 가진 싸르트르에게 소설이 무엇이었는가를 궁구하며 그 특이점을 세심하게 짚어낸다. 소설과 전기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종국에는 ‘진짜 소설’로서의 전기에 몰두한 싸르트르의 행보가 흥미롭게 그려진다. 창비신인평론상 당선자 이은지의 「징후적 소설과 그 너머」는 이기호의 근작 소설집 『김 박사는 누구인가?』를 몰입하여 읽되 비평적 거리를 유지하려는 흔치 않은 노력을 보여준 수작이다. 서사의 이기(利己)와 그것의 극복으로서의 이타(利他)라는 발상은 신인다운 참신함을, 작품의 행간을 읽어내려는 끈질김은 비평적 성숙함을 보여준다.
문학초점: 이 계절에 주목할 신간들
이번호 문학초점 좌담에서는 여성 평론가 백지연을 초대해 이 계절에 출간된 두권의 소설과 세권의 시집을 읽었다. 송종원, 강경석까지 세명의 평론가가 서로의 비평적 시각을 주고받으며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논박한다. 창작의 현장을 읽어내는 비평의 시선이 날카로운 가운데 우리 문학의 다양성이 돋보인다.
창작ㆍ촌평
이번호 창작면도 풍성한 작품들로 채웠다. 신동엽문학상 수상작가 김미월의 장편연재 「세 사람이 호랑이를 보았네」가 힘차게 출발했다. 단편란은 권여선 윤성희 정용준의 작품으로 채워 다양함과 깊이를 더했다. 창비신인소설상을 통해 새로 선보이는 정영수의 작품도 함께 수록했다. 시란에서는 세대와 성향을 아우르는 12명의 시인들이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인다. 창비신인시인상 수상자 손유미의 여러 작품들도 주목할 만하다.
이 계절에 출간된 도서 중 엄선하여 독자에게 소개하는 촌평 코너에는 인문, 사회과학, 자연과학, 세계문학을 아우르는 9권의 지적 결실을 검토한다. 유익한 도서를 소개하는 의의와 함께 다양한 필자의 개성이 흥미를 더한다. 진보교육감의 대거 등장으로 뜨거운 이슈가 된 자사고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교육시평과 부동산경기 부양을 꾀하는 정부정책과 그 속에서 겪는 주택난을 체험적으로 이야기하는 문화평 또한 일독할 만하다.
이밖에 제29회 만해문학상(수상작 한강 장편 『소년이 온다』), 제32회 신동엽문학상(수상자 김성규 최진영), 2014년 창비신인문학상 발표소식도 만나볼 수 있다.(*)
Changbi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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