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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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한테서 역겨운 냄새가 나. 일종의 정신병이라던데.” 여름 파티에서 마주친 남자는, 분명 어릴 적 다락방에 갇혀 있던 그 애의 이목구비 그대로였다. 그때보다 선이 굵어지고 분위기가 달라지긴 했어도, 상대를 조이는 듯한 서늘한 눈빛만큼은 여전했다. 남자는 온갖 잡일이나 뒤처리를 도맡아 하는 듯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조금의 굴욕감도 엿보이지 않았다. 저와 달리 그는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 그게 신기했다. “나도…… 그쪽처럼 되고 싶어서 그래요.” “…….” “언젠가는 벗어나고 싶어서. 이렇게 사는 거, 끝내고 싶어서.” 그래서 자꾸 눈길이 갔고. “우리 같이 도망칠래요?” 끝내 마음까지 열고 말았다. 하지만 유헌이 말하는 ‘사랑’은 맥락 없는 집착이었고, 서화는 그게 사랑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 * * 세뇌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이미 경험해 본 유헌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서화에게 매일 사랑을 세뇌한다면 언젠가는 그녀도 저를 받아들여 줄 거라고, 굳게 확신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매 순간 귓가에 속삭여서 오로지 내 생각으로만 머릿속을 채워 넣으면 된다. 다른 생각은 하지도 못하게. 하루 전체를 나만 보게 하고, 내가 주는 쾌락에 빠져 있게 하면서. “사랑해, 서화야.” “……나는.” “응, 알아. 서화도 나 사랑하는 거.” 제멋대로 감정에 이름을 붙인 유헌이 부드럽게 뺨을 쓸며 속삭였다. “모르겠으면, 그냥 외워. 자기야, 쉽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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