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서 바라본 문학의 미래 - 이경재 평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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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비평가 이경재가 두 번째 평론집 『끝에서 바라본 문학의 미래』를 상재했다. 첫 평론집 『단독성의 박물관』이 “존재의 단독성을 철저하게 인식하는 우리 시대 작가들을 향한 공감과 연대의 비평”이었다면 이번 평론집은 작품과 작가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해 우리 사회의 명암을 드러냄으로써 이 시대와 사회에 대한 사유의 장을 마련하는 데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 사회의 불의와 부정을 향해 던지는 작은 돌멩이의 힘 문학의 종언과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들 ‘사이’에서도 작가들은 여전히, 그리고 묵묵히 작품의 씨앗을 틔우면서 한국문학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저자는 2000년대 젊은 작가들과 문단의 중진급에 해당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종횡으로 넘나들며 문학의 종언론에 결별을 고함과 동시에 이 사회에 드리워진 그늘을 면밀히 분석한다. 1부에서는 강영숙·강희진·구효서·김려령·김연수·박완서·박형서·오수연·이응준·정도상·정지아·조은·조해진의 소설을 통해 민족과 국가를 뛰어넘고자 한 탈국경적 상상력의 경과와 과제를 살펴보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이주민과 탈북자의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고 많은 작가들이 이를 주제로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탈국경의 상상력을 선보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네이션이 지닌 가능성과 네이션을 넘어선 가능성을 동시에 탐구하고 타자에 대한 진정한 공감과 연대는 ‘우리’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창출될 때라야 가능함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2000년대 소설들이 다방면에 걸쳐 현실과 관계 맺는 방식들을 점검하고 있다. 저자는 현실과 관련하여 2000년대 소설의 주요한 흐름이 ‘외부의 탄생’이라고 지적한다. 신자유주의의 전면화와 사회적 양극화 현상, 북한과 남한의 관계 변화로 인해 우리 앞에는 수많은 외부자가 등장했다. 그러나 저자는 외부의 등장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이질성과 혼혈성을 특징으로 하는 외부의 새로운 ‘발견’과 그들과 맺어가야 할 공동체의 성격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김미월·김성중·김숨·김언수·김연경·김연수·김중혁·김태용·김훈·박민규·배수아·윤이형·이반장·이시백·이홍·전경린·정미경·정용준·편혜영·황정은 등 자신만의 독특한 어법과 형식으로 현실을 담지한 작가들을 통해 소설과 현실이 새롭게 동거하는 방식을 찾아내고 있다. 3부에서는 구경미·김애란·손아람·윤보인·이은선·장강명·전혜정·최제훈·최진영·한지수 등의 작품을 점검하여 이들이 새로운 상상력과 개성 있는 문체로 사회적 문제를 예리하게 고발함으로써 문학의 ‘사회적 실천’이라는 측면에서도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문학의 죽음이라는, 오늘날의 문학에 대한 성급한 진단들에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한국문학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4부에서 저자는 문단의 중진급에 해당하는 박완서·박범신·이남희·김현숙 작가의 작품들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이들에게 ‘영구혁명’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결코 지나치지 않다고 말하면서 이들이 자신의 성지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 상찬을 보낸다. 저자는 전쟁과 분단의 증언자로서의 박완서를 통해 전쟁과 분단에 대한 이야기는 철지난 담론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우리의 이야기임을 강조한다. 박범신론에서는 박범신의 문학세계를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하고 절필에 뒤이은 집필의 세 번째 시기에 발표한 작품들을 살핌으로써 세속의 허욕과 절연한 박범신의 문학적 자의식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이남희론에서는 여성 주체들의 이념적 대타자 상실 문제를 짚어봄으로써 여성들이 당면한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윤리적 문제들을 성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김현숙의 『노을 진 카페에는 그가 산다』가 철저하게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집필됐음에 초점을 맞추어 ‘자유를 향한 정념’이 지금-이곳이 배태하고 있는 폭력성에 기인하며 이러한 문제의식이 개별적인 삶의 창조에까지 이어지고 있음에 의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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