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백 한 번으로 전교 1등을 꼬셨다 1

나는 고백 한 번으로 전교 1등을 꼬셨다 1

About this Book

<책 소개>
#현대물 #캠퍼스물/학원물 #친구>연인 #첫사랑 #오해/착각 #달달물 #일상물 #잔잔물
#계략수 #귀염수 #적극수 #허당수 #초딩수 #얼빠수 #순진공 #무심공 #츤데레공 #귀염공 #능력공
은하남고에서 공부를 꽤 잘하는 편인 무선은, 그러나, 항상 전교 1등을 차지하는 성현이 눈엣가시처럼 밉다. 무선이 아무리 노력해도 성현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무선은 공부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승부를 걸기로 결심한다. 바로 은하남고의 이상한 규칙인 고백의 규칙이다. 즉 고백을 받은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반드시 대답을 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는 것이다. 무선은 그것을 악용해, 성현의 마음을 뒤흔들고, 그의 점수를 떨어뜨리려 하는 것이다.
'고백으로 혼내준다' 는 것이 익숙한 고등학생들. 전교 1등을 잡기에 그만큼 유용한 수단은 없다. 물론 자신이 쿨함을 유지할 수 있을 때 이야기지만.
<저자 소개>
사실 식품 중에서는 오렌지와 떡을 안 좋아합니다.
<목차>
[1권]
표지
목차
1. 여름방학을 기다리며
2. 여름이 되기 전
3. 여름방학
4. 보충 수업
5. 2학기
시리즈 및 저자 소개
copyrights
(참고) 분량: 약 12만자 (종이책 추정 분량: 약 230쪽)
<미리 보기>
2학년이 되어도 여전히 전교 1등 자식은 재수가 없다. 1학년 내내 1등을 할 때는 정말 대단해 보였던 적도 솔직히 있긴 했지만 2학년까지 올라와서도 1등을 유지하다니 지독하다. 게다가 내가 성적을 올려서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때부터는 2등이 되었는데 3번 연속으로 1등한테 가로막혀 2등에 만족해야 했다. 쟤는 대체 공부를 어떻게 하길래 등수가 계속 1등인 걸까? 나는 이제 1등 자리로 올라가고 싶다.
다른 학교였다면 1등을 했을 텐데 이게 모두 다 박성현, 그 1등 때문이다. 나는 걔의 머리카락만 살짝 보여도 속 깊은 곳에서부터 화가 끓어오르는 기분이 든다. 체육 시간이 끝나고 교실로 올라오는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친구들과 시시덕거리는 박성현의 모습이 너무 얄미워 보인다. 옆에서 친구가 뭐라고 말하는 것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그를 쏘아본다. 어떻게 저리 여우같이 웃는 것마저 밥맛일까. 여우처럼 웃어서 그런가? 아무튼간에 저 뺀질뺀질한 얼굴은 뭐가 좋다고 실실거리는지 모르겠다.
2반 교실의 앞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들어가 교탁에 출석부를 내려놨다. 열쇠는 진짜 쥐똥만 한데 출석부에 연결해둬서 이 큰 걸 계속 들고 이동하려니 참 귀찮다. 뒤이어 들어오는 애들은 열심히 뛰어다닌 여파로 숨을 몰아쉬며 신선한 공기를 찾았다. 사람이 많아지자 땀 냄새가 훅 끼쳤다.
"야, 창문 열자. 냄새 난다."
"냄새나는 새끼들, 진짜. 씻고 다녀라."
"너나 씻어."
남학생들은 창문을 모두 활짝 열어젖히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여름에는 덥다는 이유로 선생님이 없는 시간에는 팬티 바람으로 있는 격 없는 애들이라 같은 반 아이들의 앞에서 옷을 훌렁훌렁 벗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물론 나는 안 그런다. 안 씻고 다니는 애들은 냄새가 나지만 나는 잘 씻고 다녀서 땀 조금 흘렸다고 바로 썩은 내가 나고 그러지는 않는다.
이장수는 체육복을 대충 벗어서 자신의 책상 위에 던져두었는데 그것이 하필 앞자리에 앉은 애의 어깨에 올라갔다. 장세정은 자신의 어깨에 걸쳐진 체육복을 아주 더러운 걸 잡는 것처럼 엄지와 검지로 슬쩍 들어 올린다. 뒷사람을 돌아보는 얼굴은 질색한 표정이다.
"미쳤어?"
"아, 실수."
"고백해버리는 수가 있어."
경고성의 말과 함께 체육복을 책상 위에 툭 던져 놓는다.
"야, 봐줘라. 시험 얼마 안 남았다."
고백이라는 단어에 이장수는 바로 꼬리를 내린다.
"야, 니 공부도 안 하면서 무슨?"
꽤 거리가 떨어져 있던 강혜민이 바로 시비를 털자 이장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공부 하거든?"
"아, 그러셨어요~"
유치하게 투닥거린다. 별거 아닌 거로도 잘만 논다. 맨 뒷자리에 앉은 나는 2반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모두 볼 수 있었다. 그런 의미로 뒷자리를 선호하는 건 아니었는데 우리 반 애들이 대체적으로 키가 작아서 키 큰 내가 앞에 앉으면 뒷사람이 칠판이 안 보인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서 뒷자리에 앉게 되었다. 다른 반 애들이 성장할 때 대체 뭘 한 건지 2반은 나를 포함한 몇 명을 빼면 어깨도 좁고 키도 작아서 아담 왕국으로 불렸다. 우리 반, 반아담만 신이 났다. 반아담이 2반 회장이라는 이유도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아담한 남학생들이 있다는 의미가 더 컸다. 털이 수북한 남학생들한테 아담하다니 나는 키가 커서 그런가 자존심이 조금 상했지만 나머지 애들은 그 말이 귀엽다고 자존심도 없이 좋아한다.
어쨌거나 이건 은하남고에만 있는 이야기일 텐데 예로부터 우리 학교에는 고백해서 혼내준다는 말이 있었다. 평지에 있다고 지원율이 높은 우리 학교는 고백을 하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해보고 정중하게 고백을 거절하거나 사귀는 게 규칙이었다. 고백을 거절하든 말든 그건 자유지만 그 앞에 분명히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해본다는 전제가 붙는다. 남녀공학이 아니라 남고라는 특수한 성향 때문에 고백을 하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예민한 시기에 크게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꼭 고민을 해보고 고백에 대한 답을 내리는 게 규칙이 되었다.
자신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일은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리는 일인 만큼 고백이라는 건 우리 학교에서 아주 중요한 행사로 취급되었다. 그렇다고 그게 수업을 빠트리고 정규 학교 행사에 등록된 건 아니지만 그만큼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꼭 좋게 만들어진 규칙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자신보다 성적이 좋은 사람에게 고백을 날리고 상대가 흔들리는 사이에 자신이 시험을 잘 보는 방식으로 등수를 올리는 것이다. 그건 정말 쓰레기 짓이지만 성적이 중요한 한국 사회에서 암암리에 퍼진 방식이다. 그것을 실현하는 사람은 정말 자신의 양심을 모두 걸고 해야 하는 일이었고, 또 그것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어서 실제로 고백을 이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어찌 되었든 심리적으로 흔들리니 고백으로 혼내준다는 말이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너무 잘난 이를 향한 질투와 시기였다.
<추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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