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About this Book
“러브크래프트 서클”은 H. P.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분위기를 중시하는 러브크래프트가 호지슨을 좋아하고 높이 평가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암시를 통해서 실재하지 않는 것들을 묘사하는 능력, 우주적 소외감과 이질감을 드러내는 필치. 물론 러브크래프트가 호지슨에게 찬사만 보낸 것은 아닙니다. 신랄한 혹평도 가하는데 그 이유도 분명합니다. 낭만적인 감성과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인물이 보일 때마다 찬사 못잖은 혹평의 날도 예리해지니까요. 이런 이유로 러브크래프트가 혹평한 호지슨의 작품 중에 일명 ‘오컬트 탐정’ 카나키 시리즈도 포함됩니다. 단편 「돼지」도 이 시리즈의 한 에피소드로 나중에 『유령 사냥꾼 카나키』에 수록됐는데요. 러브크래프트는 이 작품집에 대해 전형적인 인물과 잡다하고 산만한 오컬트 중심의 전개방식이라며 비판합니다. 다만 「돼지」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카나키 시리즈 중에서 수작에 속한다고 평했다죠. 호지슨의 작품 중에서 크툴루 신화와 가장 직접적인 연결고리로 언급되는 단편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의 발단은 등장인물이자 사건 의뢰인인 베인스가 꾸는 집요하고도 심란한 꿈입니다. 베인스의 꿈에 등장하는 ‘돼지’는 우주적 존재 ‘사아이티(Saaaiti)’를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사아이티는 나중에 크툴루 신화 롤플레잉 게임을 통해 그레이트 올드원의 일원으로 편입됩니다. 호지슨이 크툴루 신화에 추가한 가상의 금서 『시그산드』 필사본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이 가상의 책은 14세기경에 신원미상의 노르웨이 수도사가 쓴 것으로 설정됩니다. 외계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의식, 차단벽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방어 주문인 ‘사아마아(Saaamaaa)’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이「시그산드」필사본에 담겨 있다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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