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으로부터
About this Book
“러브크래프트 서클”은 H. P.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폭풍으로부터」에서도 호지슨은 흥미로운 해양 크리처를 선보입니다. 호지슨의 바다는 냉혹한 공포의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선 조물주가 신이 아니라 그것 즉 괴생명체가 신입니다.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가 잠들어있고 심해인 ‘디프원’이 숨 쉬는 바다보다도 더 무자비한 환경인데요. 짧은 분량의 「폭풍으로부터」는 괴생명체의 공격을 받은 난파선과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립니다. 앞서 소개한 「한밤의 목소리」와 사뭇 다르게 호지슨은 거대한 공포에 처한 인간의 하찮음과 무력함에 연민을 보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밑바닥을 극단까지 드러내고 비열함을 낱낱이 까발리는데요. 이것이 독자들에게 더 익숙한 호지슨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괴물의 파괴적인 촉수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엄마는 어린 자식의 손길을 뿌리칩니다. 연인들은 서로를 죽이고 피난처에 먼저 들어가려고 합니다. 이렇게 하찮은 인간성마저 매몰되는 호지슨의 바다는 괴물들의 근원이자 그 자체가 거대한 괴물로 은유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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