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신사 (외전)

무례한 신사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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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내가 어쩌다, 어쩌다 보니 당신과 했어요. 했죠.』 신경질적인 톤으로 중얼거리는 희아의 눈동자가 쉴새 없이 움직였다. 『두 번.』 『네. 두 번.』 즐겁게 횟수를 지적하는 그의 말에 엉겁결에 두 번을 따라 말했다. 흠칫, 무심결에 인정한 뒤 고개를 드니 잘생긴 얼굴에 흡족함이 가득하다. 화를 내고 싶지만 그윽한 눈길로 다정하게 바라보니 자꾸 목구멍만 따끔거리고 혀가 굳었다. 『환상적이었어요. 내 인생 최고로.』 진한 체향과 함께 알렉스가 희아 곁으로 다가왔다. 『당신은 어땠어요?』 그가 낮고 부드러운 어조로 그녀를 채근했다. 아, 미치겠다. 이 타이밍에 적절한 대답은 무엇일까? 1. 감사합니다. 2. 미안합니다. 3. 안녕히 계세요 4. 미쳤어요? 5. 답 없음 물론 그와의 섹스는 뇌가 녹아 버릴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그녀 역시 인생을 통틀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감각에 완전히 함락되었지. 알코올 한 방울 없이 취해서 흐느적거린 것도 처음이고, 목이 쉴 정도로 신음하며 위아래로 운 행위가 환상이 아니면 무엇일까. 하지만 인정하면? 환상적이라고 인정하면 뒷일은 뻔하기에 차마 답안지에 정답을 넣지 못했다. 『생각, 하지 말아요.』 악마 같은 속삭임에 그녀의 속눈썹이 저절로 내려앉았다. 손목을 감아쥔 손가락에서 노골적인 열기가 번지자 그녀의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졌다. 모든 판단이 멈추고 전신이 마비된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냥 느껴요. 지난번처럼』 이 세상 것이라기엔 지나치게 달콤한 음성이 목덜미를 타고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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